정책 어떻게 개선해도 농가 이익이 우선
정책 어떻게 개선해도 농가 이익이 우선
  • 한정희 기자
  • 승인 2015.01.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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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D 악몽」서 벗어나자
 
 

진천발 FMD가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FMD는 4개도 15개 시군 60여개 농장에서 발생, 살처분 두수는 돼지 6만 4000여두(소 1두 포함)를 넘겼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18일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시키고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든 설 명절 전에 사태를 수습한다는 계획이지만 지속되는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1월 전국 FMD 예방백신 접종 이전에는 FMD 발생농장 반경 3km 이내에 있는 우제류는 모두 살처분 했다. 이렇게 해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4번의 FMD 사태를 겪으면서 살처분 한 우제류가 소 61만 820두, 돼지 351만 8296두, 염소·사슴 1만1847두에 달한다. 피해가 가장 컸던 2010/2011 안동발 FMD 당시에만 소 15만 864두, 돼지 331만 8298두, 염소·사슴 1만 800두가 살처분 됐다.

FMD 양성축을 비롯해 인근 지역 우제류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한 이유는 FMD의 강한 전염성 때문이다. 가축이 FMD에 감염되면 근거리에 있는 우제류들은 순식간에 감염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FMD가 발생하면 일정 지역 내 우제류 전부를 살처분 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예방백신 접종 전국 확대를 결정한 이후 현재는 수포 발생 등 관련 임상증상을 보이는 우제류만을 골라 살처분을 하고 있다. 다만 농가의 백신접종 여부와 항체형성률 등에 따라 동 또는 농장 전체로 범위를 확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가운데 축산현장에서는 지금의 살처분 정책과 관련해 이견이 분분한 상태다. 살처분을 하지 말고 백신접종만 실시하자는 측과 살처분 두수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 ‘예방백신만’ 주장

‘살처분을 하지 말고 예방백신접종만 하자는 측’에서는 전국에 백신을 접종하고 있기 때문에 질병 발생 시 농장단위 이동제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대만과 영국이 각각 공격적인 살처분을 하면서 조기에 FMD 청정국이 되려 했던 이유는 수출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돼지고기 수입국이지 수출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돼지열병 청정화를 이룩하지 않는 동안에는 대규모 수출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 수의사는 “백신 접종 상황에서 FMD 발생 시 소와 돼지를 살처분 하는 건 대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살처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 미국이나 유럽의 매뉴얼을 그대로 대입하느라 살처분에 집중해 생명을 죽이고, 환경오염까지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2010/11년 안동발 FMD 사태에서는 발생건수와 지역이 증가되고 있는데도 살처분만을 고수하면서 피해액만 키웠다. 결국 살처분 보상금을 축소시키는 일까지 발생했다”며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국가 경제를 곤경에 몰아넣는 대규모 살처분을 반복해도 FMD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화를 키워놓고 이에 대한 책임을 농가에게 지우고 있다”고 한탄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FMD 감염 시 치사율은 5% 내외라 한다. PED 발생 시 보다도 피해가 적게 나타나고 있으며, FMD에 걸린 돼지들 대부분이 10여일 안에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B 수의사는 “돼지는 감염 후 임상증상 발생시점부터 3일까지가 바이러스 배출이 최대이며 10일이면 더 이상 바이러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며 “소와 같이 바이러스를 긴 시간 보유하는 캐리어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살처분은 축산농가의 경제적 피해를 보상할 수 있을 때 실시해야 한다”며 “통제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도 지속적으로 살처분을 실시할 경우 과거와 같이 피해액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C 양돈 전문가는 “미국 농무성은 FMD 컨트롤전략을 5단계로 수립하고 있다. 마지막 5단계는 미국 전역에 FMD가 광범위하게 발생했을 경우로, 임상증상을 보이는 개체만 살처분 하는 정책도 중단하고 오로지 백신접종만 실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농가가 신속하게 FMD 의심축을 신고하는 이유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축산농가를 위한 것”이라며 “살처분 역시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살처분 자체가 농가에게 고통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왜 살처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을 잃은 상태”라고 질타했다.

D 식품 전문가는 “살처분이 FMD에 대해 과연 옳은 대응책인지 의문이다”라며 “앤드류 니키포룩의 저서 ‘대혼란’에 따르면 FMD는 식품안전이나 인간의 건강을 전혀 위협하지 않는 바이러스이다”라고 전했다.

 

# ‘살처분 확대’ 주장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개체별 살처분을 최소 돈방 또는 농장 단위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고 당시는 증상을 보이지 않던 돼지들 중에 다음날 임상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두수 살처분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해당 양돈장에서 지속적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돼지들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소극적인 살처분으로는 계속되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없고, FMD가 우리나라 전체로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E 교수는 “백신의 역가 형성에는 2~4주가 걸린다. 돼지는 면역 지속 기간이 짧아서 2차, 3차 접종을 해야 한다”며 “특히 후보돈은 경산돈보다 면역이 약하기 때문에 FMD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번 FMD 발생 초기에 돈사 단위로 공격적인 살처분이 이뤄졌다면 지금과 같이 확산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항체형성률이 높은 돼지 중에서도 다량의 바이러스에 노출될 경우 FMD 감염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F 축산전문가는 “FMD 바이러스는 바람을 통해서도 멀리까지 확산 된다”며 “돼지는 보균을 하지 않지만 소는 FMD를 보균하는 캐리어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백신접종과 함께 양성축에 대한 살처분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상금 부담 때문에 시군에서도 백신효과를 기대하고 살처분을 과감하게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예견된 문제다”라며 “농축산부가 백신에 대한 너무도 강한 믿음을 강조한데 따른 부작용이다. 긴급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살처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날씨가 따뜻해지는 3~4월경에는 FMD가 자연이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방심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며 “이스라엘, 남아공, 짐바브웨, 보츠와나, 나미비아 등 더운 나라에서도 현재 FMD가 발생하고 있다. 베트남과 팔레스타인은 FMD 상재국이다”고 설명했다. 또 “2014년 7월 경북 의성과 고령, 8월 경남 합천의 FMD 발생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 축산 전문가는 “살처분은 발생 후 최소 24~최대 48시간 이내에 마쳐야 한다”며 “그러나 2010/11년에는 발생 신고 후 1주일이 지나서 살처분을 실시한 사례가 많았다. 이것이 유력한 확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따라서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살처분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 정부가 FMD 청정화 의지가 있다면 살처분을 확대해야 한다”며 “일부 지자체에서 살처분 비용을 농가에게 부담시키고 관련 인력이나 장비를 농가 스스로 마련토록 한 조치는 축산농가를 이번 FMD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죄인 취급하는 몰상식한 처사”라고 질타했다.

축산업은 국민의 생명산업이자, 국가의 기간산업이다. 해외악성가축전염병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국가 책임이다. 국경검역이 무너진 것에 대한 책임을 축산농가에게 지워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런 가운데 축산현장에서는 살처분과 미살처분에 대한 전문가들의 주장이 팽팽한 상태다. 농축산부는 무엇을 결정하든 그것은 농가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 농가들이 질병으로 시름하고 있는 이 때, 농축산부는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한 방역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 농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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