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확보하려면 글로벌 곡물사업 필수

 

하림그룹이 글로벌 곡물사업 진출을 위해 굴지의 해운선사인 팬오션에 대한 인수 의향을 최근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하림그룹은 이번 인수 추진과 관련 국가적인 측면에서 식량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식량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곡물사업 진출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 수요기반과 운송기반을 고루 갖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민간부문에서 국내 최대의 곡물 수요기반을 갖춘 하림그룹과 곡물 벌크운송의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이 결합할 경우 국가적 과제인 곡물사업 진입의 숙원을 해결하는 한편 업종간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창조경제의 모델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팬오션 인수와 관련된 입찰서류 마감시한이 12월 11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 추진 배경과 향후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곡물 수입 불가피…매입·운송도 해외 의존

 

우리나라는 세계 상위 7위의 곡물 수입국으로 연평균 1700여만 톤을 지속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부족한 경지면적, 높은 인구밀도 및 도시화율 등 제반 여건 상 우리나라는 곡물에 대한 높은 해외 의존이 불가피하며 이는 식량안보의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13년 기준 23.1%로 식량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사료곡물의 경우 사실상 전량(97.3%)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곡물의 매입과 운송마저 전량 외국의 곡물 메이저(Cargil, ADM, BUNGE, Louis, Dreyfus 등)에 의존하고 있다.

곡물의 매입 및 운송 등 공급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곡물 유통시장 진입이 필요하지만 국가나 민간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부족해 현재까지 공공 및 민간기업이 이 분야에 사업기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유사시 국가적 이해에 따라 식량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곡물 공급의 자주권이 상실된 상태라 할 수 있다.

 

# 자주적 곡물 공급권 확보한 일본과 중국

 

곡물 자급률이 28%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의 경우 이토추, 미쓰이, 마루베니, 미쓰비시 등 종합상사와 젠노(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를 중심으로 일찍이 곡물 유통사업에 진출해 식량공급의 안정성을 갖췄다.

특히 일본의 곡물기업들은 세계적인 곡물 생산기지인 미국과 브라질 등에 수출터미널, 엘리베이터 등 생산기반을 보유하거나 현지의 곡물생산 및 유통회사 인수 및 지분 참여를 통해 곡물공급의 주도권을 확보한 상태로, 현재 수입물량의 96%를 자국 곡물회사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

일본 곡물기업들은 아시아 곡물공급 시장에도 참여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에 도입된 곡물의 10% 가량이 일본기업에 의해 공급됐다.

곡물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곡물 자급국에서 수입국으로 처지가 바뀐 중국도 국영기업을 내세워 해상 운송업에 진출하는 등 국제 곡물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 곡물 수요·운송기반의 결합 필요

국제적인 곡물유통사업은 공급·운송·수요기반의 3요소가 사슬을 이루고 있으며 3개의 기반을 유기적으로 조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규모 경작지를 비롯한 생산과 저장·집하 등의 공급기반을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료와 축산, 곡물가공, 하역장 등의 요소를 갖춘 수요기반을 바탕으로 해운을 중심으로 한 운송기반이 1차적으로 결합한 뒤 공급기반에 접근하는 방식이 전략적으로 유효하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곡물사업 진출은 곡물에 대한 안정적 수요기반을 갖춘 기업이 주도권을 가진 상태에서 곡물의 해상운송 능력과 경험, 항만 네트워크를 가진 해운기업과의 결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하림 측은 판단했다.

 

# 하림그룹과 팬오션

 

닭고기사업에서 출발한 하림그룹은 사료, 축산, 식품가공 및 유통사업 등으로 확장해 2014년 현재 국내외 50여개 법인으로 구성된 종합식품서비스 그룹으로 성장했으며 2013년 매출액은 4조8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사료생산 부문에서는 국내 민간기업 가운데 시장점유율 1위(연매출 1.4조원)로 국내에 안정적인 곡물 수요기반을 갖고 있으며 미국, 중국,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등에도 사료업과 축산업을 진출시키며 아시아지역에 대한 수요기반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림그룹은 오래전부터 글로벌 곡물유통사업의 중요성을 인식, 연해주,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에 곡물 공급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옥수수 등 곡물과 사료원료의 수집 및 유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팬오션은 한때 2500만톤의 곡물을 수송하며 곡물 메이저를 제외한 상업적 곡물수송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곡물벌크 분야에서는 국내 1위이며, 항만 네트워크와 곡물시장에 대한 정보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수요기반을 갖추지 못해 곡물사업으로 확장하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진 기업으로 알려졌다.

 

# 하림그룹, “곡물사업 진입을 위한 절호의 기회”

 

하림그룹은 곡물 벌크 분야에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팬오션과 규모화 된 곡물 수요기반을 가진 하림그룹이 결합하는 것은 곡물사업 진출에 꼭 필요한 조건이며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하림그룹이 팬오션과 결합해 글로벌 곡물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국내 식량조달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이머징 마켓인 동아시아 곡물시장(2014년 기준, 세계 곡물 수입량 비중 39%)에 진입해 세계적 곡물메이저 등과 경쟁하며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인수에 필요한 자금 조달 여력도 충분한 만큼 팬오션 인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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