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영연방 FTA국회비준 반대 전국축산인총궐기대회 도중 한 여성축산인이 단상에 올라 성토했다.

집회의 목적상 규탄의 대상은 정부와 국회가 됐어야 한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여성 축산인은 집회 주최 측을 나무랐다.

이 여성축산인은 “쓸데없이 단체장들과 국회의원들이 단상에 올라 소개하고 발언하는 데 몇 시간이나 소요됐다. 똑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발언 듣느라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이래서야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겠나. 이런 식으로 하려면 다 때려치우고 내려갈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 풍경은 여성농민이 성토하기에 충분했다. 집회에서 단체장이나 국회의원들의 소개와 이들이 단상에 올라 발언한 총 횟수는 대략 20여회, 여기에 소요된 시간도 거의 두 시간에 가깝다.

비슷한 말만 되풀이 되니 축산인들의 이목은 집중되지도 않았고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다수의 축산인들은 자리를 이탈해 그늘목에 앉아 불난 집 구경만 하듯 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는가 하면 이곳저곳에서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혀를 차거나, 눈살을 찌푸리기는 것도 당연했다. 심지어는 근처에서 집회를 구경하던 한 노숙인이 참다못해 담배를 피우는 축산인들에게 “이런 망할 XXX”라며 욕을 내뱉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했던 한 축산농가는 “집회를 보고 있자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차라리 농장에 남아서 가축에 사료나 줄 걸 괜히 왔다”라며 혀를 찼다.

‘가축 반납까지 불사’하며 대정부 강경 투쟁을 전개하겠다던 주최 측의 의도는 어디로 간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난달 28일 단체장들이 단식하고 있는 그 자리 앞에서 한국경비협회 소속 경비원 1000여명이 “경비업법을 현실에 맞게 재개정하라”며 벌인 집회는 축산인총궐기대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일사불란하고 질서정연했다. 집회 참가자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모든 참가자가 일체가 될 수 있도록 주최 측의 진행도 매끄러웠다. 상당히 잘 준비된 집회라는 인상을 받았다.

축산관련단체들도 집회 진행요령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성난 축심(畜心)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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