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자급 정말 무시해도 돼나?
식량 자급 정말 무시해도 돼나?
  • 권민 기자
  • 승인 2014.10.06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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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온 세계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숨가쁘게 해 오고 있다. 몇 나라가 모여 수입 제한의 문턱을 낮추자고 논의하면 그곳에서 빠지면 마치 도태되는 양 끼워 달라고 사정도 한다. “왜 그렇게 서두르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언제나 “지금이 적기이고, 이때를 놓치면 세계 각국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진다”는 이상한 ‘국익론(論)’을 내세운다. 그리고 그 뒤안길에는 항상 농민들의 눈물이 있다.

 

식량 자급률 최저치

 

최근 정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사료용을 포함한 쌀·채소·과실·육류 식량 자급률이 2012년 기준 23.6%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년 100억 달러(한화 11조원)가 넘는 엄청난 양의 식량을 수입하고 있다. 일본·EU·멕시코·한국·이집트 순으로 세계 5대 수입국이 됐다. 농축산업을 너무 천시한 결과이고, 눈에 보이는 이익을 좆는 국가 정책의 탓이다.

식량을 수입하고, 자동차 등을 수출하는 것이 선진대열로 가는 지름길이라면 프랑스가 식량 자급률 164%, 호주가 176%, 미국 150%, 캐나다 143%, 영국이 92%인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공기가 3분 없으면 죽고, 3일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해도 죽는다. 식량은 30일 안 먹고도 버틸 수 있지만 그 이후엔 마찬가지로 죽는다. 그러나 사람은 공기나 물이나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섣부른 비교경제학자들의 논리는 먹을거리가 없으면 사다 먹지 왜 힘들게 농사를 짓느냐고 타박할지도 모른다. 값싼 쌀과 과일 등을 생산하는 데 들이는 에너지와 비용보다 자동차나 전자제품 하나를 팔아 벌어들이는 이득을 단순 비교하면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것도 이상할 것이 못된다.

그러나 식량은 그런 것이 아니다. 식량주권이 왜 생겨났는 지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인구통계학자인 토마스 멜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데 반해 식량은 산술적으로 증가함으로써 산아제한을 하지 못하면 인구는 결국 기아상태에 빠진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2차 세계대전 전의 전문가들은 이어 갔지만 전쟁 상황 중 새로운 분야인 영양학, 미생물학, 유전학 등의 발전으로 농축산물 생산에 일대 혁신의 바람이 불면서 결과적으로 틀렸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되면서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없어질 것이라는 착각도 갖게 했다.

 

식량난 눈앞에 왔다

 

식량 자급률이 왜 중요한가는 부족한 부분을 끝 없이 다른 가격보다 싸게 구입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것을 왜 우리만 모르고 있는걸까. 아니면 알고 있지만 그건 먼 훗날의 우리 후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일까.

식품 경제의 위기는 이미 우리의 코 앞까지 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식품 생산이 세계적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어디든 비용이 가장 낮은 곳에서 만들어 수요가 있는 곳으로 옮겨가는 방식이기 때문에-극도로 취약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구조는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운송이 단절되거나 기후 문제로 흉작이 생겨 수출이 가로 막히면 현재 한 가지 작물만 특화해 생산하거나 식량 자급률이 떨어져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지역들은 고립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에탄올 붐이 촉발되면서 곡물 가격이 급등한 사실은 현재 세계 식품 공급이 얼마나 빠듯한 상황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이 대목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 거의 대부분의 상품과 달리 식품은 대체물이 없다는 점이다. 시장은 부족한 제품이 있으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다른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식품은 이러한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석유, 물, 천연 동식물 등 식품 생산이 의존하는 자원이 바닥나도 우리는 식품을 만들 수 없다.

게다가 우리는 풍부한 에너지 등이 존재해 식량 생산에 부족함이 없던 과거와 달리 석유와 같은 저렴한 에너지와 풍부한 물, 안정적 기후라는 세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고갈과 기후 불안은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릴 만큼의 식량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심각성 알고나 있나

 

여타의 국가들은 일찍부터 10년 혹은 20년 후 필요한 식량을 어디서 어떻게 생산하고, 어떻게 구입해야 하는 지 아주 두려운 질문과 마주해 왔다. 인내의 한계치를 넘어서지 않으면 자국에서의 석유 시추를 하지 않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은 그것을 현금화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은 식량의 자급률이 23%대까지 떨어져 있지만 정부는 그 심각성을 알지 못한다. 중국과의 FTA 뿐만이 아니다. 모든 FTA에서 농축산업이 홀대받는다는 치떨림은 민감품목에 농축산물을 포함시키는 것 조차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농축산인들의 반발을 무마시키려는 짓(?)으로 생각되기에 더욱 그렇다.

자국의 농축산물 생산을 지원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농축산업이 일반 산업과 본질적으로 틀리기 때문이다. 그것을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것이 바로 ‘착각의 오류’이다. 식량산업은 오일산업과 그 성질이 다르지 않다. 지금 당장은 문제없을 듯 하지만 한번 파동이 오면 쓰나미 이상의 충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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