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함과 행복이 가득했던 추석 대명절이 지났다. 이번 추석은 대체휴일 도입 덕분에 연휴가 길어져 유통·소비재 업계가 장사에 쏠쏠한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축산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추석선물 중 정육이 예약판매에 이어 본판매도 예년보다 늘어나 축산물 소비침체가 다소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추석에도 닭고기 특수는 없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비축물량이 너무 많은데다 생산도 과잉돼 추석대목 선물용으로 얼마간의 수요가 발생했지만 적체물량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올해도 그랬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전에도 차례상에 닭고기가 올라 간 것을 본적이 없다.

충청도에서 통째로 삶아낸 닭 위에 달걀지단을 올린 ‘계적(鷄炙)’을 차례상에 올리기도 한다. 충청도를 제외한 전국 대다수 지역에서는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 중 축산물이 들어가는 육탕과 육적에는 소고기를, 육전에는 돼지고기를 주로 이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닭고기는 차례상에서 철저히 외면 받아 왔다.

한국민속신앙사전에 따르면 닭은 십이지 가운데 열 번째 동물로 우리네 신앙 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각양으로 응용되어 왔다.

닭과 관련된 고대 기록으로는 삼국유사의 혁거세와 김알지 건국신화가 있다. 여기에서는 닭이 왕의 등극을 예견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묘사된다.

조선시대에는 닭이 궁중 의례에서 상징적으로 인용된다. 조선왕조 왕과 왕비 신주를 모시는 종묘제례에서 명수(明水)를 담는 놋 그릇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놋그릇에 새겨진 닭 문양은 영현들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영적 동물로 나타난다.

무속의례에서 닭은 신령이나 조상 앞에 진설되는 제물이다. 황해도 타살굿에서는 닭을 소, 돼지와 함께 주요한 제물로 삼는다.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의 곶창굿에서는 삶은 닭을 기다란 대나무에 꽂아 시루 목에 올려서 사슬을 세워 신령 의지를 알아보기도 한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의 부군당굿에서도 삶은 닭을 제물로 바쳐 신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이처럼 닭은 조상님들께 대한 효심을 표현할 최고의 음식 재료로 손꼽을 수 있다. 1년에 한번 찾아오는 추석, 차례상에 닭고기 한 마리 올리는 문화가 정착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