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팔아 자식들 길렀다는 말로 동정심을 유도해서는 안된다”

지난 6월 열린 축산업 현안 관련 한 공청회에서 한 축산농가가 “농촌에서 뭘 할 수 있나? 평생을 가축 기르며 입에 풀칠하고, 자식 대학·장가도 보냈다. 이런 심정을 이해해 축산농가에 대한 규제를 자제해 달라”고 말하자, 패널로 참석한 소비자단체 관계자가 “제대로 시설 갖출 수 없는 축산농가는 업계에서 ‘아웃’ 시켜야 한다”며 뱉은 말이다.

축산업의 미래를 위한 조언이라고 하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어느 누구도 조언이라고 듣지 않았다. 그 패널의 말은 ‘마치 농가들이 동정심을 유발해 공짜의 지원금을 더 타내려고 구걸한다’는 소리로 들렸다. 이 패널의 발언에 공청회에 참석한 수많은 축산농가들은 크게 반발했고 고성이 오갔다.

농촌지역의 직업이 다양화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대다수가 농업, 축산업, 임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우리 축산농가들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사료주고 분뇨 치우며 가축을 돌봐야 한다. 자식농사를 짓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산업화 이후 농촌 인구가 대거 도시로 이동하는 ‘이촌향도’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농촌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결혼 이주여성과 귀농인구가 늘면서 농촌의 출산율이 대도시의 두 배 가까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통계청 조사 결과 농촌의 출산율은 대도시보다 2배 가까이 웃돈다. 2010년 합계 출산율을 보면 상위 10위권 가운데 전남 강진군과 전북 완주군 등 9곳이 농촌이며 하위 10위권은 모두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가 차지했다. 시도별로 따져 봐도 서울과 부산 등이 1.0명 안팎으로 최저 수준인 반면 전남, 충남 등은 1.5명이나 된다. 이처럼 농촌의 출산율이 높아진 것은 젊은 귀농 귀촌인과 결혼 이민여성이 급증한 데다 출산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지역 출산율이 증가하는 현상은 분명 농촌에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아기를 가져보니 부모의 마음을 알겠다. 부모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돈 벌어 자식을 길러내고 싶은 심정이다.

소 팔아 자식 키울 수밖에 없는 데 ‘소 팔아 자식 기른다는 말로 동정심을 유도하지 말라’니 축산농가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따름이다.

진정 축산업을 위한다면 축산농가를 폄훼하지 말고 소 키울 때 고생 줄이고, 소 팔 때 제값 받을 수 있는 정책이 실행되고 그래서 축산농가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도록 힘써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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