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돼지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됐다. 결국 오지 말아야 할 것이 왔다. 정부는 24일 정밀조사한 결과 확진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가축질병 위기관리 표준메뉴얼」, 「FMD 긴급행동지침(SOP)」 등 관련 규정에 근거해 긴급 방역조치 등을 실시하는 동시에 농축산부에 상황실을 설치·가동하면서 세계동물보건기구(OIE)와 관련국가에 FMD 발생 사실을 통보하는 등 해야 할 모든 조치를 다 취했다고 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 노력 수포로

 

또 이번에 발생한 FMD의 혈청형 O type은 우리나라에서 접종하고 있는 3가 백신(혈청형 O, A, Asia 1type) 유형 내에 포함돼 확산 가능성이 낮다고도 했다. 아마도 이번 건은 발생농장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누락된 돼지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백신접종 후 지난 5월 말 세계동물보건기구로부터 청정국의 지위를 획득하고 2달도 채 안된 상황에서의 발생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2011년 4월 21일 마지막으로 발생한 이후 3년 이상 잠잠하다가 한 농가로 인해 청정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점을 놓고 볼 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대만 등의 사례를 들면서 축산농가의 방역의식이 저하될 경우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안위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2010년 11월 안동발 FMD를 통해 아무 것도 나아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직시해야 한다. 3조원 이상의 국가 예산이 낭비되고, 350만 마리 이상의 소와 돼지가 땅 속으로 매몰됐으며, 침출수 문제가 환경문제로 비화되면서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축산의 문제가 축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축산인들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협동조합과 각 생산자단체들이 나눔축산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하천을 정화하고, 불우한 이웃돕기에 눈을 돌리고, 가진 것을 이웃과 조금씩이라도 나누자는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일까?

 

올 것이 온 것일 뿐

 

최근 세계 각국과 FTA를 맺으면서 우리도 농축산물을 수출해 보자는 움직임도 커졌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내에는 축산물 수출협의회가 구성돼 체계적으로 국내 축산물을 중국에 수출해 보자는 의욕을 보였다. 경북의 한 조합장은 수출협의회 회의에서 한 교수의 ‘한우고기 수출 가능성’에 대해 강의를 듣고 얼마나 고무적이었는 지 모른다고 말했다.

얼마 전 「축산식품 수출 가능성과 활성화를 위한 과제 토론회」에서 육류유통수출협회 관계자는 “최근 후지 부위와 지방 부위의 수입을 요청한 러시아를 비롯 필리핀과 베트남 등에서도 열처리 가공제품과 부산물은 물론 정육까지 원하고 있다”면서 “현재 국산 돼지고기 수출은 과거 FMD로 인한 침체기에서 벗어나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원하던 ‘정육 수출시대’가 열리는 듯 했다. 각종 통계치를 봐도 우유·요구르트 등 유제품류와 돼지고기·삼계탕 등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 젖소개량사업소는 동아프리카의 우간다에 한국산 젖소 정액을 수출해 ‘우리 노력의 결정체가 드디어 세계로 나아가는 결실을 맺었다’고 기뻐한 것이 요 몇 일전의 일이다. 캐나다산을 비롯 세계 최우수 젖소를 수입해 개량에 개량을 한 지가 수 십년이다. 그랬으니 그들의 기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제 또 다시 청정국의 지위 획득을 기다려야 한다. 그 절망감을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실 FMD의 재발은 ‘올 것이 왔다’고 표현해야 맞다. FMD 백신 접종을 한 후 발생하는 화농으로 양돈농가들은 불만이 많았다. 한돈협회장은 취임 직후 인터뷰에서 화농 문제를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백신 접종을 중단하겠다고 강하게 주장한 적도 있다. 화농문제는 한돈협회가 양돈농가를 대표해 줄기차게 제기했던 현장의 애로사항이다. 정부는 그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함께 고민해야 해결

 

결과적으로 돼지의 FMD 항체 형성률이 재발 바로 전까지 50%도 밑돌고 있다는 경고등이 계속 깜박거렸다. 백신을 접종하니 FMD에서 해방된 듯 착각한 양돈농가들도 많다. 게다가 접종 후 3년 넘게 재발하지 않으니 다시 무관심해졌고, 정부 당국도 이전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도 분명하다. 북한에서 발생한 FMD가 북방한계선까지 내려왔을 때도 농가나 정부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말이다. 특별방역기간을 연장했을 뿐이다. 그리고도 무슨 자신감으로 2018년 백신 미접종 청정국의 지위를 획득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미접종으로 재발시킨 농가는 축산업계에서 퇴출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정부는 먼저 왜 양돈농가들이 접종하지 않는 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현장과 동떨어진 명령(?)만으로는 청정화는커녕 상재국으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 이번 FMD의 재발은 그래서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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