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의 타 식품산업응용 확대해야

 

최근 중국이 우리나라 흰 우유와 일부 분유제품의 수입을 거부하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뜩이나 우유소비가 감소되어 원유가 남아도는 현 실정에서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대학과 낙농가를 대상으로 우유와 유제품을 강의하고 있는 입장에서 국내 낙농산업이 보다 더 활성화되고 수출이 확대되어야 해당 전공분야 학생들의 취업률이 향상되고, 낙농가는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 있으며, 또한 낙농업을 하려는 후계자들이 많이 양성될 것이다.

 

FTA의 버팀목

 

낙농진흥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도 4/4분기 우리나라 시유와 유제품의 생산량은 시유가 44만6822톤으로 가장 많고, 발효유 14만 6536톤, 치즈 5138톤, 분유 1145톤, 그리고 버터가 426톤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시유와 유제품의 비율은 74:26정도로 시유의 생산 비율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26%를 차지하는 유제품 중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품목이 발효유(약 96%)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시유의 생산 비중이 높다는 것과 유제품중 발효유의 생산량이 높다는 것은 우리 낙농가들이 외국과의 FTA에 버틸 수 있는 무기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수분함량이 87%를 차지하는 시유를 유럽이나 미국 및 호주에서 비행기에 싣고 와서 판매하는 비경제적인 일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과 중국의 낙농분야 FTA는 우리 낙농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변국들은 언제든지 시유와 발효유가 바로 들어 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일본과 중국은 거리가 짧기 때문에 비행기 대신에 비용이 저렴한 배로 운송이 가능하다.

 

배에 시설 고려해 볼만

 

배에 유가공 시설을 설치하여 저녁에 원유를 싣고, 운송 도중 가공처리와 포장을 거쳐 아침에 부산항과 인천항에 도착해 전국으로 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능하다. 반대로 우리 또한 우유생산량이 적은 동남아 지역에 배의 유가공시설을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

2013년도 국제 주요국의 원유생산량을 보면 EU가 1억 4395만 톤, 미국 9164만 톤, 중국 3610만 톤, 뉴질랜드 1916만 9000톤, 호주 973만 8000톤, 그리고 일본이 757만 5000톤이다. 중국과 일본이 세계 3위, 6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원유생산량은 2013년도 기준 157만2000톤이다.

중국이 아무리 낙농기술력과 원유의 품질이 낮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세계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에 대한 시유와 유제품 역시 언제까지 방사능오염 가능성에 대한 변명으로 수입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는지 아직 특별한 대책이 없다.

 

「목장형」 대안 아니다

 

최근 낙농가의 남는 원유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목장형 유가공산업이 대안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목장형유가공 산업은 남아도는 원유를 소비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안이 아닌 것이다.

특히 치즈의 제조는 더더욱 낙농가의 부채를 가중 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대학에서 낙농가를 대상으로 치즈교육과 실습을 한 경험이 있지만 이것은 하나의 치즈교육과정이지 치즈를 제조하고 판매해서 소득을 올리라는 낙농가의 소득증대 교육은 아니다. 치즈는 간단한 유제품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치를 잘 만들 듯이 치즈 또한 굉장한 숙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축구국가대표를 양성하기 위하여 유소년을 해외에 조기 유학시키듯이 치즈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선진낙농국에 숙련된 교육 또한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EU와의 FTA로 인하여 이제는 우리도 유럽까지 일부러 안가도 각종 치즈를 손쉽고 값싸게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한 번의 실습교육에 고급치즈를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은 마치 외국인이 김치 맛을 모르고 김치를 만드는 것과 같다.

 

판매 안되면 ‘쓰레기’

 

우리는 치즈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우유에 렌넷이라는 응유효소와 유산균을 접종 시킨 후, 커드가 형성되면 유청을 빼고 남은 우유덩어리를 치즈로 착각하고 있다. 이 단계는 그냥 우유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하다. 치즈 고유의 숙성된 맛이 없다.

즉, 유산균과 곰팡이들이 치즈단백질을 잘 분해하여 얻은 그 들 고유의 맛을 나타낼 수 없다. 또한 숙성실에서 6개월 이상 숙성시켰다고 해서 양질의 치즈가 만들어 졌다고 할 수 없다.

낙농가가 남는 원유를 처리하고자 치즈제조시설을 만들고, 장기간 숙성실에서 치즈를 숙성하였다고 치자, 그다음 우리가 심사숙고할 것은 판매이다. 판매가 되지 않으면 그것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러면 소득을 올리고자 시작하였던 것이 시설비, 숙성실유지비, 제품보존비, 그리고 쓰레기 처리비용 등 오히려 적자를 불러올 수 있다. 치즈를 만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낙농가는 판매 또한 생각해보아야 한다. 낙농선진국의 성공적인 목장형유가공은 관광산업과 연계되어 있다. 일단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이 가능해야한다. 사람들이 관광지에 가는 도중이라든가 또는 도시에서 가까운 곳에 목장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본인의 목장이 외부사람들이 쉽게 올 수 없는 외딴 곳이라면 목장형 유가공산업은 고려해야한다. 그리고 대학의 교수, 정부 관련부처, 관련협회 등은 낙농가들의 유제품생산을 부추 켜서는 안 된다. 정말 낙농가를 위해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직시해서 낙농가 발전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낙농가들이 남아도는 원유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관련 기관, 업체, 그리고 협회에서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낙농가들에게 남아도는 원유까지 활용하는 방안을 맡기는 것은 너무 무리라고 본다. 낙농가는 낙농기술을 향상시키고 양질의 원유를 생산하는 것에 전념하면 된다. 제조와 판매는 유업체가 할 일이고, 소비촉진은 관련기관과 협회가 할 일이다. 국내 유업체는 국내 판매뿐 만 아니라 외국 수출에도 심혈을 보다 더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원유의 이용을 시유와 유제품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우유와 유제품을 이용한 다른 식품산업에의 이용방안에 대한 연구와 응용제품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본다. 원유를 이용한 응용제품개발과 고부가가치 개발 투자야 말로 우유소비를 촉진할 수 있고, 낙농분야 FTA에 대비한 경쟁력을 갖추는 초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이 국내제품과의 살균 기준차이를 문제 삼아 한국 흰 우유의 수입을 금지한 조치는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중국우유와 유제품이 수입될 수 있는 반대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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