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소비와 축산업을 폄훼하는 내용으로 업계에 충격을 주었던 초등학교 6학년 국어교과서 식탁위의 작은 변화지문이 전면 삭제된다.

본지가 단독 보도(913일자)한 초등 교과서의 축산업 왜곡 부문과 관련 농업인단체 선임회장들의 모임(선농회)은 최규성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의 현안 면담에서 국회차원의 해결 방안 마련을 요청했다. 농협중앙회는 해당 교과내용 개선을 위해 담당팀을 배정해, 교육부와 교과서민원바로처리센터에 공식 민원을 제기하는 등 치밀하고 발빠르게 대응했다.

교과서 편찬 과정의 검수 관계자로 활동했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교과서에 기반영된 내용을 삭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보수적 성향의 교육 현실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공동의 노력으로 교육부 교과서민원바로처리센터는 최근 집필자와 교과서 발행사의 견해를 충분히 검토한 결과 축산업계의 민원을 수용, 개정 국어교과서가 적용되는 2015년부터 해당 지문을 삭제한다고 회신했다.

축산업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지문이 삭제됐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축산업의 공익적 역할과 가치를 비춰볼 때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금번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마냥 안도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소비자들의 소비 생활 부문에서의 인식은 우리 업계 관계자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급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품질위생부문만 해결하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었지만 사회적 가치 활동이 확산되고 윤리적 소비, 공생을 강조하는 소비인식이 확산되면서 우리 업계 역시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일부에선 걱정할 필요 없다. 어차피 아이들은 고기반찬 없으면 금세 투정부리기 마련이라거나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일부 지식인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도 있었다. 전혀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안일한 생각과 대응은 향후 더욱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농협경제연구소가 지난 상반기 최근의 소비 트렌드 유형을 분석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내가 추구하고 만족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비용을 아끼지 않는 가치소비가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생필품과 같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은 싸고 저렴한 것을 찾지만 가치로 표현되는 것에는 지갑을 기꺼이 여는 소비 트랜드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교과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급 불안 해결과 가격 안정에만 매달려온 업계의 노력을 이제는 상생의 가치로 확산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축산업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는 첫 출발이자 완성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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