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지난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설국열차를 보았다.

영화는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얼어붙은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거대한 기차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었다.

기차 안은 신분에 따른 사회계층이 형성돼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층 꼬리 칸 사람들과 호화로운 객실의 앞쪽 칸 기득권층 사람들의 대조된 생활, 그리고 마침내 앞쪽 칸을 향한 꼬리 칸 사람들의 폭동을 중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열차 내의 불평등한 생활은 먹거리로 극명하게 대조됐다. 꼬리 칸 사람들은 벌레를 원료로 한 단백질 블록으로 식사를 제공 받는 반면 앞쪽 칸 사람들은 빙하기에서도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으며 인간의 기본적 욕구와 행복을 누렸다.

이것도 직업병일까. 영화가 나타내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 아니었겠지만 우리 축산물을 맘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새삼 절감했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서의 축산물은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며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체력과 건강 증진, 평균 수명과 신장의 증가, 생활의 윤택함과 행복함을 더하는 긍정적 기능 등 축산물 섭취에 따른 효과는 열거하기 조차 어렵지만 모두 가려진 채 혐오감을 조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후변화와 급증하는 세계인구, 토양침식과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축산업을 지목하며, 고기를 먹지 않는 노력이 환경과 생명을 보호하는 일처럼 호도되고 있다. 학교 교과과정에서조차 축산업과 축산물 소비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양질의 단백질원을 공급한다는 사명감은 축산 농가들에게 큰 자산이자 자부심이었다. 새 정부 조직개편에서 농림축산식품부로 개편되는데 한뜻으로 열망했던 것은 달라진 위상에 맞는 조직과 환경 등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는 염원 때문이었다.

그러나 점차 사회 각계로 확산되고 있는 축산물 소비와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업계 종사자들의 자존심과 긍지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

더욱이 달랑 이름뿐인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실망, 그리고 농협중앙회 조직 내에서의 축산경제부문 특례조항 폐지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최근 축산인들의 절망감과 상실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우리 축산업의 위상과 처한 여건이 지금처럼 형편없었던 적은 없었다라는 어느 축산인의 하소연은 작금의 우리 축산업 현실을 대변하는 듯 해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국내 축산업은 누가 뭐래도 인간의 행복 추구권에 가장 기본적인 핵심 산업임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다. 우리 민족과 역사를 함께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지속되고 발전돼야 한다. 다시 힘을 내자. 우리축산업은 지금까지의 노력만으로 업계 종사자 모두가 높은 자존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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