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의 개막식이 끝난 후 오찬 장소에서 초대받은 VIP A씨와 홀 서빙맨 B와의 대화

A : (뭔가 불만이 있는 듯, 홀 서빙맨을 부른다) 저기요. 이리 좀 와보세요.

B : 무슨 일이시지요?

A : (접시에 놓인 스테이크를 가리키면서) 이거 한우고기 맞나요?

B : (건성으로) . 맞는데요.

A : (언성을 높이며) 진짜 맞는겁니까?

B : (약간 당황한다)

A : (상대방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느끼며 화를 내면서) 이 아저씨가 정말.

B : (그제서야 자신이 잘못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 말을 더듬거리며 말 꼬리를 자른다) 그게사실은 당초 예상보다 인원이 초과된 관계로호주산

A : (더욱 다그치면서) 뭐요? 그렇다고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 데

B :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변명을 한다) 전부 그런 것이 아니고 몇 테이블에 호주산 쇠고기가 제공된 것입니다.

 

지천에 깔린게 한우고기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개최된 국내 우수축산물브랜드페스티벌 오프닝 세러머니 후 오찬 장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행사는 전국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우수 축산물 브랜드를 한 자리에 모아 소비자에게 그 우수성을 홍보함으로써 국내 축산물을 보호 육성하자는 차원에서 매년 치러지고 있다.

다음 날 행사 관계자에게 물었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다면서요?” 이미 보고를 받았는 지 아 그게 말이죠. 그 직원이 평소 호주산 스테이크를 취급하다 보니 그렇게 이야기가 나왔다고 합니다.”라는 설명이다. “아하 그렇군요. 무의식적으로 호주산이라고 말한거네요. 그럼 호주산 쇠고기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말이네요?” “

일을 하다보면 실수도 생긴다. 챙겨야 할 일들은 많고, 배정된 인원은 적고, 대행사에 업무를 일임했지만 작은 것 하나까지 챙기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대행사야 이익을 남기기 위해 얼렁뚱당 넘길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거기서 발생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주최 측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어디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산 쇠고기가 제공됐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이해하며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한우고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날 행사장 지천에 깔린 것이 그토록 자랑스러워 한 한우고기였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회의와 식사는 별개

 

최근 몇 년 동안 축산관련단체장 초청 조찬 간담회다 오찬 모임이다, 축산업 위기 탈출을 위한 무슨 토론회다. 각종 모임들이 호텔 등에서 벌어지고 있다. 초청된 단체장들은 한 자리에 모여 1~2시간 정도 머리를 맞대고 축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각자의 축종을 대변하면서 국내 축산업이 생존해야 하는 절박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임이 끝난 후 대부분 제공되는 식사는 스테이크이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스테이크 중 한우고기를 재료로 하는 곳은 없다. 호주산 아니면 미국산이다. 축산관계자들 또는 생산자단체장들 조차 외국산 고기는 마치 타이어 씹는 맛이라는 불평 한마디로 끝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1~2시간 침 튀기며 열심히 외국산 축산물의 수입을 반대하고 국내산 축산물 보호의 필요성을 강변하던 자세와는 사뭇 다르다. 그 주변에 서서 보면 참 아이러니 하다. 일반 소비자들이 축산관계자들의 이러한 행태를 보면 뭐라고 할까 의문이 든다.

물론 호텔에서는 식사 비용을 치르는 조건으로 회의실을 무료로 제공한다. 모임을 주최하는 측에서도 쉽게 장소를 제공받을 수 있기에 선택하지만 회의의 주제와 그 식사의 의미가 얼마나 상충되는 지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참석자들이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어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반복돼 습관화된 것

 

불감증(不感症)은 감각이 둔하거나 익숙해져서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감각이 둔해진다는 것은 한 번 두 번 반복되면서 습관화됨으로써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쉬운 예로 안된다안된다~된다된다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들이 입법하는 곳에서 조차 최근까지 식당에서 외국산 쇠고기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던 일도 있었다. 이를 지적하고 여론이 형성되면서 공급되던 원료육이 국내산으로 바뀌었다.

불감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습관화되지 못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처음 한 번의 부적절한 행동에 강한 지적과 매몰찬 반응을 보이면 그것에 대한 기억이 머리 속에 저장돼 다시 똑같은 일을 벌이지 않게 된다. 뇌의 기능이 그 때의 반응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다.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작은 것에서부터 되밟아 올라야 위기에서 벗어나 이를 토대로 더 큰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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