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심의를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중 하나인 교학사 교과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야권과 진보 진영에선 근현대사를 우편향적으로 기술한데다 친일 성향을 보여 교과서로 적절치 않다며 검증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권과 보수 사학자들은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역사 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이번 논란은 교과서에 국한된 순수한 교육적 목적으로 보기 어려운 정치 게임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정치권과 학계, 언론까지 사활을 걸고 매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교과서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교과서는 단순한 학습 교재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보편적 가치관 형성과 정서발달, 인문적 기초를 다지는 가장 중요한 매체이기에 그렇다.

그동안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비판해 온 우리 정부와 국민 정서의 밑바탕에는 일본의 미래 세대마저 그릇된 역사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과서는 청소년들의 역사관은 물론 향후 인생을 살아갈 인성과 인문, 교양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교과 교육이 미칠 영향이 이처럼 지대한 데 초등학생들에게 축산물 소비에 대한 잘못된 교육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는 육류를 고지방 고열량 음식으로 규정했다. 육류 생산에 엄청난 곡물이 필요해 식량 수급에 위협이 되는 동시에 환경 오염원으로 묘사했다. 채식은 건강에 좋고 환경과 생명을 보호하지만 육류 소비는 건강과 환경을 망치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 심각한 사실 훼손이자 축산업 폄훼다. 그야말로 본말 전도다.

이제 막 유년기를 지낸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이 글을 읽고 배우며 축산물 소비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향적 가치관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무섭고 섬뜩하다. 교과서를 읽는 내내 몸이 떨렸다.

그동안 양적 성장과 소득 안정에 매달려온 우리업계는 이같은 현실을 직시해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내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생산되고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수준까지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무조건 고기가 좋다는 식의 홍보가 아니라 적정수준으로 생산해 건강한 소비방법을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비자들은 사회적 책임에 반하는 모습에 등을 돌리고, 공유가치에 참여하는 모습에 마음을 열고 있다. 지나친 곡물 급여 의존방식을 조사료로 대체하고 친환경적 농장 경영에 매진하는 것은 물론 단순한 기부나 공헌에서 이뤄지는 소극적 공헌 활동을 넘어 사회적 책임활동을 강화해야한다. 소비자와 가치를 함께 나누는 상생의 먹거리 산업, 어려운 길이지만 그래야만 우리 축산업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