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죄책감마저 듭니다

전북 고창에서 20여년 넘게 한우를 사육해온 한 여성 농업인의 하소연이다.

지역에서 한우를 키우는 여성 축산인들이 모여 결성한 한사랑회의 임원이기도 한 그에 따르면 최근 한우가격이 크게 하락해 1+등급 이상이 아니고서는 사료 값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고급육 생산은 생존경쟁이 되고 있다. 등급에 따른 농가들의 소득 성적표도 차이가 크다.

소 값이 호황이었던 2009~2010년만 해도 1++등급과 3등급 간 가격차는 물론 비거세우와 거세우간 가격차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적인 한우 공급 과잉으로 생산량이 늘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8월 상반기 도매가격을 경영비로 분석한 마리당 순소득은 1++등급의 경우 1469000, 1+등급농가는 582000원인 반면 2등급과 3등급 농가는 각각 1057000, 2054000원 씩 손해를 보고 있다. 농가당 소득이 최소 2~3배 가까이 나고 있다. 이젠 농가들 사이에서도 빈익빈부익부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우산업과 농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추진된 한우브랜드사업이 이 같은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 확보와 고급육 출하 장려를 위해 마련된 품질고급화 장려금 제도가 한우고기 고급화가 진척된 최근까지도 지급되고 있는 데다 브랜드에 따라 NO.9을 생산하는 1++등급 생산 농가의 경우 최고 100만원까지 장려금이 지급되고 있다.

고급육 생산을 위한 그들의 땀과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현재의 시장 구조상 고급육의 경우 가격 차별화로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받고 있음에도 추가 이익까지 보전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지원이나 소득 보전의 필요성은 오히려 1등급 이하의 중·저등급 생산 농가라는 점에 포커스를 전환해 보편적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구나 정부와 업계가 안정적인 가격에 한우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유통단계 축소를 통한 가격 안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가운데 한우품질고급화 장려금은 이같은 노력과도 상충한다. 결국 높은 구매가격은 부위별 가중치 조정 등과 같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우브랜드사업이 열악하고 영세했던 한우농가를 규모화하고 조직화하는 등 생산부문에 기여한 면은 적지 않다. 하지만 태동기와 성장기를 지낸 한우브랜드사업은 재도약해야 할 때가 왔다. 생산부문에 집중됐던 지원을 마켓팅부문에 강화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1+등급 이상 마블링 위주의 천편일률적 상품을 1~2등급의 건강한 중등육으로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경쟁의 사회라고 하지만 1++등급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죄의식과 자책감이 든다는 농가들의 푸념을 이대로 무시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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