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올라와 투쟁을 하고 있는 데 경찰을 동원해 경매를 하고 있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최소한 집회 예정인 4일만이라도 작업을 미뤄야 하는 것 아닙니까?”(한우농가) “4일 동안 거래처에 공급을 어떻게 중단한단 말입니까? 수십 년 간 관리해온 거래처 주문이 한순간에 끊어질 겁니다.”(음성공판장 중도매인)

경찰 병력이 철통 방어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겨우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것뿐인데 서로 너무나 입장이 다르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모두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오죽하면 여기까지 달려와 하소연할까하는 안타까운 마음, ‘경매물량을 축소하면 그동안 일궈놓은 모든 영업권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걱정. 충분히 납득이 간다.

지난달 30일 음성공판장 앞에서 열린 한우인 총 궐기대회에서 격앙된 한우농가들은 농협중앙회를 향해 울분을 쏟아 놓았다. 바로 전날인 29일 정부가 한우소비촉진 및 수급안정방안을 내놓고 협회가 수용의 뜻을 밝히면서 이날 집회의 화살은 당연히(?) 농협으로 향했다.

주인도 몰라보는 농협은 각오하라는 플랭카드 속에서 협회 회원농가들은 농가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농협은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농가들의 절박한 심정만큼 이를 지켜보는 이의 마음도 착잡했다.

한우협회와 농협중앙회는 모두 농가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설립된 생산자단체가 아닌가. 경찰병력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면서 농협 모형을 만들어 화형식 하는 모습은 씁쓸한데다 참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농가들의 농협에 대한 비난과 성토 그리고 현실적으로 수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농협에 대한 협회의 요구는 농협이 나서서 해결해 달라는 간절한 절규와 당부의 또 다른 목소리로 들렸다. 이번 한우농가들의 집회 소식을 전해들은 양계농가는 그래도 협동조합이 당당히 버티고 있는 한우농가들이 부럽다고 했다.

그렇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최고 임원이 한우협회 지도부를 면담한 뒤 협동조합에 대한 농가의 기대와 바람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밝힌 것처럼 협동조합은 힘들고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 기대어 마음껏 울고 싶은 울타리인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음성공판장 앞에서의 투쟁이 이틀 만에 농협이 한우 소비촉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할 것을 약속하면서 무장해제 됐다.

농협은 팔아주는 역할에 더욱 무거운 책임감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고 협회 역시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처절한 싸움 뒤엔 상처가 남게 되어 있다. 이번의 투쟁에서도 절감했듯이 한우산업에 있어서 농협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협동조합의 공과를 냉정히 평가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은 당당히 요구해 바로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농협 역시 한우협회를 중요한 동반자로 인정해 진심으로 보듬어 안아야 한다. 한우산업의 미래가 이들 두 단체의 상생과 협력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