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국내에선 나이가 가장 많거나 새끼를 최고로 많이 낳은 한우를 선발해 시상하는 국내 최고령·최다산 한우 선발대회가 열렸다. 당시 농림부와 농협이 주최해 열린 대회에서 최장수 한우는 경남 거창군 모 농가의 38살 된 소가, 최대 산우 한우는 경남합천군 모 농가의 소가 송아지 9마리를 낳아 번식 기반 기여도 부분에 가장 큰 점수를 받았었다.

당시 신문사에 입사한지 몇 해 되지 않았던 기자는 대회 취재를 위해 몇몇 농가를 방문하며 받았던 깊은 인상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최고령 한우와 최다산우 한우를 소유한 농가의 대부분은 농가의 집과 연결된 외양간 처마 밑에서 농가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지내온 가족 같은 존재였다. 그들의 대부분은 나이가 많고 늙어 뿔이 크게 휘어져 있거나, 여물을 되새김질해온 세월을 반영하듯 이빨도 심하게 닳아져 있었다.

최고령·최다산 한우 선발대회가 개최된 데는 2000년 쇠고기와 생우 시장 개방으로 암소 농가들의 사육 의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자 이를 반전해 보자는 취지였다. 다산우장려금, 송아지생산안정제 등 번식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제도가 만들어진 것도 이즈음이었다. 농가들의 불안감으로 암소 도축이 크게 늘면서 우려가 깊었지만 그래도 외양간에는 나이든 누렁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위기도 그렇게 극복할 수 있었다.

한우산업을 지탱해온 번식농가들의 사육 심리 위축이 19992000년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의 암소 도축률 추세치 역시 작년대비 두 자리수 이상이나 높게 나타나는 등 암소 사육의향 냉각속도가 가속되고 있다.

수년간 한우 산업 현장에서 활동해온 축산컨설턴트와 인공수정사들에 따르면 현재 하루에 1~2개 농가 꼴로 한우사육을 접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도미노처럼 번지면서 한 마을전체가 한우사육을 포기하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단다. 시골에서 아이 울음소리 듣기 어렵다는 말이, 이젠 한우 찾기 어렵다는 말로 바뀔 지경이다.

그들이 전하는 목소리는 한결 같았다. 20두 미만 소규모 한우농가들은 전체 사육농가들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두수부문에서 21% 60만두에 불과하지만 거의가 암소라는 것.

이들이 무너지면 한우산업 기반이 무너진다는 얘기다. 규모화·전업화의 그늘에 가려져 왔지만 땅과 산업에 대한 애정, 다년간 축적된 개량과 사육기술에 대한 노하우가 함께 점철된 이들이 산업에서 사라지는 것은 모든 것이 함께 사장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한우산업 특히 송아지 역시 효율성과 비용에 중심을 둔 다른 상품처럼 생산될 수 있고 또 그러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경쟁력 확보가 더 이상 답안이 아니라는 명확한 진단이자 경고다. 농협중앙회와 축협이 이같은 현실을 직시, 한우 번식농가 경영안정 방안을 마련 추진키로 해 주목된다. 한우 번식농가는 더 이상 경쟁과 효용성이 아닌 한우산업의 중요한 초석으로 이들을 발전계획에 포함해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협동조합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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