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생산안정제가 사실상 중단되자 송아지 가격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졌다. 암소 도축률이 높아지고, 인공수정률은 낮아져 2015년 가임암소가 100만 마리 이하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GS&J 인스티튜트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암소 사육마릿수는 생물학적 관성에 따라 일단 감소하기 시작하면 감소 추세가 수년간 지속돼 201780만 마리 수준까지 수직하강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손쓰지 않으면 수년 안에 한우 생산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장의 코앞에 닥친 생산 과잉 문제로 그동안 선방해 왔던 거세우 가격마저 흔들리고 유통업체들은 창고마다 뼈가 넘쳐난다며 아우성인 현실에서 몇 년 후 송아지 부족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경고는 저 너머 딴 세상 얘기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 같은 전망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이번엔 한우산업이 송아지 공급 부족으로 또 다른 위기에 봉착될 것이니 말이다.

최근 2년간 한우농가들은 가격 하락으로 그 어느 때 보다 힘겨운 시기를 감내하고 있는 가운데 번식 농가들의 경영 압박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비육 농가들은 A학점(++, 1+등급)을 맞지 않고는 모두 낙제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속에서 그나마 할인판매와 소비촉진 등의 노력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비육농가는 거세우를 중심으로 사육두수를 계속 증대시키면서 올 3월 수소 사육마릿수는 1년 전보다 7만 여 마리나 증가했다.

반면 번식농가의 경우 실제 송아지 거래가격이 폭락하고 송아지생산안정제 기능이 상실되는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폐업이란 극단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가축통계에 따르면 201120두 미만 사육농가는 133700호에서 80만마리를 사육했으나 20131/4분기 현재 10300호로 줄었고 사육규모도 62만두로 급감했다. 반면 20114195호에서 73만 마리를 사육했던 100마리 이상 사육농가는 현재 5380농가에서 무려 30만두가 늘어난 97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소규모 농가는 사육을 축소 또는 포기하고 있는 반면 100마리 이상 농가는 더욱 규모화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럴 진데도 정부와 업계는 대응 방안 마련에 무심하다. 각국과의 FTA 체결로 규모화·대형화를 통한 비용절감이 대안으로 인식되면서 영세한 소형 농가들의 도태가 너무도 당연시 되어온 탓이다.

그러나 그동안 소규모 개미군단들이 산업을 지탱해온 그간의 한우산업 역사를 비춰볼 때 송아지 사육은 효율성과 비용을 중시하는 산업적 농업과 반드시 구분돼야 한다.

한우산업에 있어서의 영세농’·‘가족농보호를 위한 차별화된 대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송아지생산안정제, 사료구매특별자금 등 일률적으로 포괄해 지급하고 있는 각종 지원을 사육규모별로 차등 지급해 소규모 농가에게 지원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우산업은 물론 농업과 농촌을 지탱해온 한우 번식농가들과 비프사이클의 특수성을 이해해 더 이상 이들이 산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세심한 연착륙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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