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중국, 일본은 물론 전 세계와 자유무역협정을 맺거나 맺으면서 농축산업을 담보로 정부는 무역강국 코리아를 부르짖었다. 지난달 25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수출액 상위 25개 신흥국 중에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역시 정부의 예상대로였을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어떻게 이렇게 한심할까이다. 수출하고 실제로 남는 국내 부가가치는 전체 수출액의 절반 정도인 56%에 불과하고 이는 25개국 가운데 23번째이다. 국내 부가가치란 실제로 얻는 이익이다. 100달러 수출하면 56달러 남는다는 의미이다. 나머지 44달러는 원자재나 부품을 판매한 다른 나라가 가져간다는 것이다.

2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기록하며 무역 강국으로 발돋움했지만 외형만 커졌지 실속은 별로 없는 말 그대로 속 빈 강정꼴이다.

대부분의 주요 신흥국들의 경우 국내 부가가치 비중이 70%를 넘고 있다. 중국만 해도 70%, 러시아는 91%, 인도 90%, 브라질도 87%를 기록하고 있다. 실속이 없으니 국내 고용도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이런 도둑놈들아!

 

통계청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9년까지 수출규모는 180% 증가했지만 고용효과는 오히려 반으로 줄었다. 1996년 수출이 100만달러 늘 때마다 27.3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던 고용 유발계수가 200914.4명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조는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타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마다 농축산인들을 비롯 피해산업 관계자들의 불만을 일자리 창출로 무마해 온 지금까지의 정부의 말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나. 또 앞으로 어떻게 설명할지 자못 궁금하다.

낙농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낙농가들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시 관계자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부시장이 담배를 권했다. 중국 담배가 조악해서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사양할 수 없어 받아 들었다.

그 때 그 공무원이 하는 말에 아연실색했다. 그 담배 한 갑의 가격이 원화로 6~7만원이라는 것이다. 당시 환율은 1위안이 원화로 150원이었는데, 중국 목부의 한 달 급여가 600위안, 도시 대학졸업 신입사원의 초봉이 1200위안이었으니, 목부의 3분의 2, 신입사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가격이었다.

그런 피워서 없애는 고가의 담배를 어떻게 공무원이 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없이 업자가 대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런 도둑놈그때 바로 입에서 나온 말이다. 정부의 예산을 마치 자기 돈처럼 쓰는 중국의 공무원들의 행태를 보면서 중국에 살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공무원은 공복 맞지?

 

공무원은 공복(公僕)이다. 어린 시절부터 공무원을 국민들의 종이라고 배웠고, 그런 줄 알아 왔다. 세상을 알아가면서 우리는 그게 아니라 우리가 종이라고 생각한다. 왜일까? 우리가 공무원이 아니라서 그런가? 왜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공무원이 공복으로 보이지 않는 걸까?

지난 FMD 파동 때로 되돌아가 보자. 축산농민들이 애지중지 키우던 350만 마리의 가축이 매몰됐다. 3조원이 넘는 국가 예산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화목하게 지냈던 마을은 한 순간에 원수로 돌변했고, 그 갈등으로 축산농민들은 마치 자신들이 죄인인 양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주변의 식당 주인 얼굴 보기가 죄스러워 밥 사먹기 조차 힘들었다. 매몰농가들은 정든 가축들의 죽는 순간이 잊혀지지 않아서, 매몰 현장에서 있었던 공무원들과 죽음의 주사를 찔러 넣었던 수의사들은 선한 소와 돼지들의 눈이 아직도 눈 앞에 선해서 괴로워했고, 그 괴로움은 진행 중이다.

 

책임감이 최고 덕목

 

중앙정부 누가 책임을 졌나? FMD의 경우 국경 방역이 최일선인데 그것이 무너진 책임을 어느 누가 졌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이동 제한에 걸린 대다수의 한우농가들은 설 대목까지 놓쳐 홍수출하를 겪으면서 이중 삼중의 손실을 봤다. 그러고도 항의 조차 할 수 없었다. 왜냐 죄인이었으니까.

정부가 물가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외국산 돼지고기를 무관세로 무차별 수입했다. 항공료까지 지불해 가면서 들여온 돼지고기는 당장의 가격을 조절하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시장을 교란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산 돼지고기의 국내 시장 잠식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했다.

소비자들에게 외국산 돼지고기도 국내산과 별 차이 없다는 인식을 갖게 했을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가격을 끝간 데 없이 하락시켰다. 한돈농가는 한 마리 팔 때마다 10만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 이것도 한돈농가의 책임이다. 정부의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신정부가 들어섰다. 한 달 동안 정부 조직개편안 때문에 식물정부라는 말도 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바뀌었다. 하지만 농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우선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책임지지 않으면 신뢰는 생기지 않는다. 우리는 생각한다 고로 절망하지 않도록 하는 농정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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