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숙종 때 학자인 홍만종이 쓴 순오지(旬五志)경전하사란 말이 있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뜻으로, 강한 자끼리 서로 싸우는 통에 아무 상관도 없는 제3자가 해를 입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서울시가 최근 대형마트에 권고한 51개 판매제한 품목이 법제화될 경우 농어민들이 바로 이 경전하사의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대형마트에 판매제한을 권고한 51개 품목은 담배, 소주, 맥주, 막걸리 등 골목상권에서 잘 팔리는 기호식품 4종과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농축수산물이다.

특히 일부품목의 경우 초거대 상권인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납품하고 있는 비중이 전체의 50%에 육박하는 품목도 있다.

대형마트 판매제한 품목에는 계란을 비롯해 치킨, 사골, 우족, 도가니, 스지, 소머리고기 등 축산관련 품목 7종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는 이런 품목들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더 많이 이용할 것이라며 이달 중 공청회를 계획하는 등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이를 법제화할 경우 대형마트에 물건을 납품해온 농어민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자칫 이 같은 분위기가 서울시를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품목제한 추진에 대한 농어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농축수산 생산자 단체는 서울시청을 찾아 대형마트 판매제한 조치 강행 철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51개 품목에 계란을 포함한 축산관련 품목을 포함시킨 서울시의 결정은 누구나 다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박원순 시장의 취지와 다르다. 각국과의 FTA와 수급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업계의 참담한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축산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 51개 제품 선정의 전면 재검토를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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