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우고기·돼지고기를 비롯 전축종이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축산농민들은 폭락한 가격 때문에 아우성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갸웃거린다. 가격 하락을 체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떨어졌다니 이 참에 축산농민들도 돕고, 오랜만에 고기도 실껏 먹자는 기대감으로 정육점을 가고, 외식도 해 보지만 막상 매장이나 음식점을 나올 땐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다. 왜 산지에서는 가격 폭락이라고 아우성인 데 우리는 여전히 비싼 값으로 고기를 사야 하느냐고.

그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축산물 값 이외의 비용이 전반적으로 다 올라 가격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한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축산물 유통 개선방안을 보면 축산물 유통마진은 산지 가격이 상승할 때보다 하락할 때가 더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구조의 왜곡현상이다.

 

시장 점유율 무려 84%

 

정부가 축산물 유통구조 혁신을 위해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축산물 대형패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기업을 중심으로 하게 되면 축산농민을 위탁농으로 전락시키는 위험이 존재하므로, 덴마크의 협동조합 데니쉬크라운(Danish Crown)이나 티칸(Tican)과 같이 협동조합이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2개의 협동조합은 자국 돼지고기 시장 점유율이 84%를 넘어선다. 이중 85%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일본 협동조합 젠노의 경우도 사료생산, 사육, 축산물 도축·가공·판매의 일관경영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계란과 닭고기 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10여년 전 일본 고베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협동조합을 주축으로 유통발전협의회가 결성돼 있었다. 당시 축산물의 브랜드 개념조차 바로 서 있지 못했던 우리의 현실에서 보면 참 부러움이 앞섰다. 그리고 1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 협동조합은 아직도 더딘 걸음이다.

 

규모만으로 되는 것 아냐

 

농촌인구 500여만 명 중 조합원이 50%에 달하고, 전국 1167개 회원조합과 중앙회 산하 지역본부와 시군지부를 통털어 200여곳, 특히 중앙회 인원만 해도 무려 13400여명. 이곳이 바로 한국 농업협동조합의 규모이다. 여기에 전국 각지의 사업장을 보태면 농협은 어느 대기업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거대 조직이다. 왜 이런 조직이 세상을 지배하다 사라진 공룡으로 불리고 있는 지를 알면 씁쓸하다.

축산물 대형패커사업은 협동조합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그러나 지금의 형태로는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사업은 규모만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규모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긴 하지만 내부의 조직이 유기적으로 짜여져 급변하는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때에만 빛을 발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규모는 오히려 경영 압박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외부의 압력에 못이겨 농협중앙회가 신용과 경제로 분리됐다. 그리고 내·외부에서조차 지금과 같은 형태의 농협이라면 5년 이후 신용이나 경제 모두 자본금을 날리고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걱정이다.

왜 농민을 대변한다는 농협이, 이 거대한 농협이 개혁의 대상이 되고, ·경분리로 각자 시장에서 경쟁기업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걸까? 가장 큰 원인은 인사이다. 2년 마다 부서를 이동하고, 승진과 동시에 다른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야 하는 시스템은 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한다. 물론 오랜 농협 인사의 원칙에 근거하지만 시퍼렇게 눈을 뜨고 경쟁에서 이기려는 일반기업의 직원들과 전쟁에서 이기려면 전문성이 최우선이다. 적재적소의 인사는 조직원에게 활기를 불어넣지만 그렇지 못하면 좌절을 안긴다.

농업경제와 달리 축산경제는 축산업의 특성상 규모화돼 있고,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정부가 축산물 대형패커사업을 협동조합형으로 끌고 가는 이유도 농협 내 축산경제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일선조합과 연계 중요

 

그러나 생산중심에서 유통으로 전환하려는 축산경제에서 조차 전체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대형패커사업은 중앙회 조직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일선조합과의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통사업에서 중앙회와 일선조합은 프랜차이즈사업의 파트너여야 한다. 본사인 중앙회는 전체의 그림을 그리고 그 실핏줄 역할은 일선조합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통 컨설팅을 위한 전담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축산물 정육식당이나 정육 매장을 운영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고기 디스플레이, 소비자의 욕구에 대응하는 자세, 심지어는 매장 직원의 태도까지 다양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조직 내 나름대로 내로라하는 전문지식이 있는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렇게 체계를 갖출 때만이 농협의 이름에 걸맞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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