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산업의 레일로드 ‘이력관리제’

 
우리나라 양돈 산업은 구제역 발생과 FTA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등 분명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래 양돈 산업의 국가 경쟁력은 품질이 우수하고 안전한 돼지고기를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양돈은 선진 양돈국의 종돈과 품종이 같고 비육돈 생산체계도 비슷하기 때문에, 국내산 돼지고기의 상품차별화를 위해서는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시장 구축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써 돼지사육, 도축, 가공, 유통, 판매과정에서 정밀하고 효과적인 이력관리제 운영, 투명한 정보전달 그리고 신뢰성 있는 검증제도(TTA: Traceability, Transparency and Assurance)를 적용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이력관리시스템을 선진 양돈국은 물론 돼지고기 수출국에서 자국의 양돈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률에 의해 또는 자발적인 제도를 통해 적용되고 있다. 이력관리제의 정의는 2004년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총회에서 합의하기를 식품의 생산, 가공, 유통단계 전 과정에 걸쳐 이동을 파악하는 것으로써 물류의 순방향관리(Tracking)와 역방향관리(Tracing)가 있으며, 이동의 범위에는 출처, 이력 등이 포함된다.
원래, 이력제의 근원을 소유자 식별차원에서 보면 기원전에 만들어진 함무라비 법전에 임대축의 원소유자를 구분하는데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고 질병전파 방지 차원에서 보면 1710년대 프러시아에서 이동가축의 식별, 원산지, 소유자 서류 및 도축가축의 질병판정 등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력관리제의 가장 큰 적용효과는 농장단계에서는 질병발생과 전파 경로를 조기에 파악해 차단하는데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농가의 피해를 방지하는데 기여하고, 시중 유통 돼지고기의 부정유통을 방지함은 물론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되면 제품의 신속한 회수와 원인을 파악해 소비자의 건강보전을 위한 기본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2009년도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국제수역사무국(OIE) 주관 국제회의 개회사에서 버나드(Bernard) 의장은 이력관리제는 가축의 질병관리의 필수적인 도구이며 농장에서 식탁까지 축산물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결정적인 수단으로써, 이와 관련된 보다 경제적이고 신뢰성 있는 기술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이력관리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돼지 및 돼지고기 이력관리제의 도입을 검토하고 단계별로 추진할 계획이다. 효과적인 이력제 도입을 위해서는 먼저 양돈농장을 비롯해 돼지를 보유하고 있는 장소를 등록하고, 돼지의 식별 체계를 설정해야한다. 그 후엔 농장 간 그리고 농장에서 도축장까지의 돼지의 이동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해야한다. 마지막 단계로 도축, 가공, 운반, 저장, 판매와 같은 유통단계의 돼지고기 물류에 대한 이력관리제를 설정해 도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도입에 앞서 우선 검토돼야 할 사항은 실현가능성이나 신속성, 정밀성 및 비용적인 측면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며 국제표준과 같이 기본에 충실한 제도에 입각해 우리나라 양돈 여건에 적합한 제도를 개발하고 단계적으로 적용하되 유통단계에 적용할 때는 먼저 대형 유통업체에 적용한 후 장·단점을 파악하고 보완될 사항은 고쳐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중·소규모 유통 체인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겠다. 또한 이력관리제와 관련된 국내외 제도, 기술 및 여건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혹자는 이력관리제를 레일로드에 비유하고 있다. 이 레일로드에 어떠한 기능들을 실어 움직일 것인가는 우리 양돈 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며 머지 않아 부가가치 높은 신선 돈육의 수출 길로 이어질 것이다. 그 기능에는 질병차단, HACCP, 리콜, 제조물책임법(PL), 수요·공급망관리(SCM,) 전자상거래(B2B), 돼지개량, 마케팅, 및 기타 각종 효과적인 정부사업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제주 흑돈 브랜드를 대상으로 우선 브랜드 경영체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2011년부터 현장실증연구를 추진하고 있는바, 추후 이 모델이 발전돼 국가모델의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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