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자조금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육계 의무자조금이 닻을 올린지 2년째가 되고 있으나 다른 축종에 비해서 여전히 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제는 그 사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히고 평가해볼 때라고 본다. 개정된 축산자조금 법이 2011년 2월 5일자로 시행되면 자조금 미납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민감한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축산 의무자조금은 시장 교섭력이 취약한 개별 축산농가들을 조직화하여 스스로의 능력을 키우고 홍보활동 등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이다. 이를 위해 자금을 스스로 조성하고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하지만 자조금은 해당 품목이 시장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규모화 조직화하여 성숙단계에 이르게 되면 그 조성 목적과 운용의 필요성이 사라져 당연히 폐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산업적으로 성숙한 분야에 자조금이 계속 운용되면 오히려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이 걸음마를 배우기 전 보행기에 태웠다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이를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라 하겠다. 보행기를 계속 안겨주면 그 아이는 혼자서 걷거나 뛰는 방법을 영원히 배울 수 없게 된다.
선진국들이 계열화를 통해 산업적으로 성숙해진 육계분야에서 자조금을 운영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육계산업도 오래전부터 계열화가 진행되어 현재는 그 진척도가 85%를 넘어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계열화사업은 농가들은 사육에만 전념할 뿐 그 이외의 가공, 유통은 계열주체(회사)가 맡는 시스템이다. 계열주체가 변화무쌍한 시장의 위험을 흡수하고 제품개발, 홍보 마케팅 등 시장교섭의 책임을 진다.
계열주체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 소비홍보 및 판촉, 조사연구, 교육, 수급조절, 수출촉진, 품질관리(규격화) 등을 경쟁적으로 수행한다. 계열주체들의 이러한 활동이 곧 자조금의 용도 사업들이다. 구태여 자조금을 조성 운용할 필요가 없다. 계열주체들은 이러한 사업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그리고 사육농가나 정부의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행하고 있다. 성과 또한 뚜렷하다.
우리나라의 닭고기 공급량은 80년대 초 1억4000만수에 불과했다. 1990년 2억4800만수, 2000년 3억3800만수, 2009년에는 무려 6억8000만수로 늘어났다. 2009년 닭고기 부문 생산액이 2조229억으로 2003년 6410억원에 비해 3.2배나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육우와 돈육부문은 2배 성장하는데 그쳤다.
경쟁력도 강해져 수입 축산물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2002년 76%이던 닭고기 자급률이 2009년 85%로 높아졌다. 쇠고기는 50%, 돼지고기는 77%였다.
그럼에도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조금을 도입해야 한다면 계열주체들에 의해 조성되고 운영되는 것이 그나마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자조금 조성 운용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소비홍보 및 판촉을 통한 시장 확대는 계열주체들에 의해 수행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농가가 사육하는 ‘산닭’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계열주체들이 생산 판매하는 ‘닭고기’ 제품이다. 다시 말해 닭고기 소비홍보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는 사육농가가 아니라 계열주체라는 것이다.
‘산닭’ 아닌 ‘닭고기’의 소비확대를 위해 사용하는 비용을 사육농가에게 강제로 부담토록 하는 것은 아무래도 불합리하다. 소비홍보를 통해 직접 이득을 보는 것은 계열주체이지 농가가 아니다.
자조금을 조성하여 닭고기의 소비확대 용도에 사용하려면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계열주체로부터 그 비용을 걷어 들여 계열주체들이 사용토록 한다면 적어도 그같은 불합리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현행 축산자조금 제도는 사육농가 위주로 만들어져 있다. 이들 중에서 대의원을 선출하며 또 대의원 중에서 관리위원의 과반수 이상을 지명하게 되어 있다. 관리위원회에서는 자조금 거출·운용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제도가 계열화가 뿌리내린 육계산업에 그대로 적용된다면 획일성에 따른 부작용만 양산할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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