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8주년 기념사

축산경제가 창간 18주년을 맞아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점에 정부가 ‘새정부 출범 6개월간의 농정 성과’를 내놓았었다.
주요 성과는 새정부 농림수산식품 정책 방향 정립을 비롯해 농식품 안전관리 강화, 농어가 경영안정 및 생산비 부담 완화, 국민생활과 가까이 하는 정책 구현, 풍요로운 일터·삶터·쉼터를 위한 농어촌 정책 추진, 농어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 본격 실시, 새로운 행정 문화 정립으로 대별돼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주요 성과들의 세부 내용을 세심하게 살펴보기가 내키지 않았다. 누구 못지않게 기대를 걸었고 그래서 많은 농축산인들과 함께 희망을 품고 성공을 기원했던 새정부 출범이었는데도 주요 성과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 또한 크지 않았었다.
필자의 기대와 입장, 그리고 심경이 이토록 변화한 연유는 어디서, 무엇 때문에 비롯됐을까. 곰곰이 따져보니 새정부에 걸었던 기대가 상당히 무너진 데서 비롯된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새정부 출범 이후 6개월 동안 악화 일로를 치달은 농업인, 농축산업, 농촌경제의 어려움이 우려를 증폭시켜 새정부의 농정 추진과 성과들을 짚어보는 겨를조차 가져 볼 수 없을 만큼 여유를 허락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도 작지는 않다.
지금 우리 농어촌경제, 농림축수산업, 농어업인의 현실은 절박한 차원을 넘어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있다. 존립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시장개방 파고와 도전은 점점 거세지는 터에 생산비 부담 가중을 낳는 사료, 비료, 기름 값의 동반 상승으로 인해 이른바 ‘3高시대’가 현실화함으로써 거의 하나같이 신음하고 있다.
축산현장에서 전해지는 소리는 온통 절망적이다. “키우면 키울수록 손실이 커지고 누적돼 더 이상 버틸 여력도, 재간도 없다”는 고통스런 호소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머리를 쥐어짜가며 대책을 강구해 보지만 축산농가 자력으론 한계가 있어 손을 놓고 부심하고 있는 처지란다.
올해 축산현장 상황은 사상 최악이란 표현도 미흡할 만큼 악재가 중첩돼 축산농가들의 고통이 가중됐고 이로 인해 위기감이 깊어졌고 참담함이 더해졌다.
이런 와중에 새정부의 농정은 미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타결 파장과 후폭풍에 갈팡질팡 표류했고 불신을 샀으며 대통령의 거듭된 사과에 이어 결국 새정부의 초대 농정사령탑이었던 정운천 전 장관이 경질의 대상이 되는 사태로 귀결되고 말았었다.
국회도 표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가까스로 개원하면서 여야 지도부 공히 국민들께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고 다짐을 했으면서도 원 구성이 지연되는 사태를 연출 하는 등 어려움이 극에 달한 농축수산업, 농어업인의 현실을 제때,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정부와 국회는 물론 여야 정당 지도부 공히 반성과 분발이 필요하다. 특히 민생현안을 누구보다 책임 있게 챙겨야할 여권의 당·정·청의 고위 관계자들은 새정부 출범 6개월에 대한 평가와 농정 성과에 대한 언급과 나열보다는 지난 6개월 동안 실책과 시행착오, 소홀함은 없었는지 깊은 성찰을 우선해야할 것이다.
하늘을 찔렀던 농축산인들의 절규와 끊이지 않았던 농축산 관련 단체 대표들의 시위와 농성을 통해 표출됐던 요구와 건의사항들을 이제라도 꼼꼼히 챙겨들고 우선 농축산 현장의 현실부터 직시한 뒤 특단대책 강구를 서둘러 줄 것을 축산경제 창간 18주년 기념사에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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