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회장>

‘고곡물가’ ‘고유가’ 악재가 국내 축산농가들을 짓누르며 사상 최악의 상황에 직면케 하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가축질병이 발생, 악재가 중첩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고병원성 AI가 전북에서 발생해 축산물의 이동제한과 함께 닭, 오리 살처분 매몰이 대규모로 이뤄졌고 발생지와 인접한 전남과 충남지역 축산농가들 역시 큰 충격 속에 일부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번 고병원성 AI는 발생 시점이 초봄이어서 더욱 주목케 했다. 기온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4월에 HPAI 발생은 이례적인 사건으로 이번이 초유다. 또 국내 축산농가들의 어려움이 사료 값 상승으로 극에 달하고 있던 시점에 설상가상 격으로 발생한 것이어서 파장이 컸다.
지금 우리 축산농가들은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축산여건 속에 하나같이 존립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절박한 실정에 직면하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사료가격이 최근 50% 이상 인상돼 축산업 경영비는 늘어난 반면 축산물 가격은 하락과 약보합세가 지속됨으로써 가축을 사육하면 사육할수록 손실이 커져 심화된 어려움 타개와 위기 극복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소리가 축산업계 저변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식량위기까지 현실화할 조짐이 나타나 앞으로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사료가격 급등은 사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데 그치지 않고 축산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축산농가들은 ‘4중고’를 치르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실정에서 축산물 소비에 민감하게 파급되는 가축전염병이 창궐하다시피 했으니 축산농가들이 감당해야할 어려움과 시련 극복이 얼마나 힘겨울지는 짐작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축산농가들의 사료비 부담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1조원의 특별구매자금을 전국 지자체에 배정, 지원에 나서긴 했지만 담보능력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어 대부분의 축산농가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하소연이 축산인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1조원의 특별 사료구매자금 지원은 정부가 3% 수준의 이자를 보전해주는 것이 골자인데 현실적으로 축산농가들의 어려움 경감과 위기 타개, 그리고 극복에 과연 얼마나 도움을 줄지 의문스럽다.
국제 곡물가격 동향을 비롯해 투기성 자본들의 곡물매입 경쟁, 식량 수입국들의 사재기 경쟁, 주요 곡물 수출국들의 수출제동 움직임 등을 고려해 볼 때 국내 배합사료 가격 상승은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야 정당은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이렇다할 농축산, 농어촌공약을 내놓지 못했다.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공통적으로 농업계를 홀대했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행태를 보여주었다.
생색내기 정책, 뒷북치는 농정으로 도움을 주기는커녕 되레 부작용만 초래, 축산농가들의 원망을 사는 일이 없기를 정부와 책임 있는 농정 당국자들에게 바란다. 아울러 담보능력 부재 때문에 특별 사료구매자금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는 축산농가들을 살펴보길 거듭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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