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사장>

여명을 알리는 닭의 해로 광복 60주년인 2005년 벽두에 참으로 역겹고 황당한 사건들이 줄을 이어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연두기자 회견을 통해 경제에 ‘올인’을 강조하고 절박한 민생경제를 챙기고 얼어붙은 내수경제를 해빙시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하나같이 역설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봄날’을 기대했다.
우리 국민들은 새해 벽두에 개혁만을 주창하며 제 갈 길을 걷는 여당에게도, 보수적 가치는 외면하고 싸움만 일삼아 온 야당에게도, 기대를 모았던 386세대의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게도 정파와 계파를 초월, 정신들 바짝 차리고 나라경제와 민생경제를 안정시키는 정치력을 발휘, 따듯한 봄날을 앞당겨 줄 것을 주문하고 바랐었다.
이러한 기대와 바람을 무색케 하는 몰염치한 일과 치부들이 꼬리를 물고 드러나 착잡함을 넘어 서글픔을 금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새만금사업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조정권고안은 또 다시 공사 중단과 지연 사태를 낳으며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현재까지 1조7000억원을 상회하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새만금사업은 우리 민족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정하고 벌인 국책사업이자 통일시대와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한 기간사업이다.
이런 국책사업이 역대 정권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판단되고 이용됐던 것은 심히 유감스런 오점으로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결정과 착수 배경에 소모적인 논쟁을 야기하고 의혹을 갖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우리 농업계는 식량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점점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 국내 농지가 해마다 다른 용도로 전용돼 감소되는 추세가 지속된 현실에서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식량생산기지 하나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새만금사업을 성원하고 지지해 왔다.
그런데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일부 환경관련 단체들의 반대와 문제 제기로 방조제 마무리 공사가 2년 이상 중단돼 큰 차질을 빚고 재개된 바 있다.
수질오염을 우려하며 생태계 파괴를 주장한 환경관련 단체의 요구와 갯벌의 가치가 논의 가치 이상이라는 주장에 따라 지난 99년부터 2001년까지 2년여 동안 민관의 공동조사단이 새만금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정밀 실시하는 바람에 공사가 불가피하게 중단됐고 이로 인한 공사 차질로 혈세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재개됐던 새만금사업이 이번에는 환경관련 단체들이 집단으로 제기한 행정소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할 법원이 사실상 원고측의 손을 들어 준 조정권고안을 내 피고측인 정부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정부 입장은 수용불가 쪽으로 가시화 하고 있다.
새만금사업이 또 다시 중단되는 사태는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환경관련 단체들과 생태계 학자들이 주장하는 환경과 오염문제를 도외시하고 무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14년 동안 추진된 국책사업을 그것도 이제 와서 중단하고 완성단계에 접어들어 있는 공사를 도대체 어찌하란 말인가.
새만금사업을 더 이상 정치적, 지역적 정쟁 대상이나 논쟁거리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전국농민단체협의회가 성명을 통해 밝혔듯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경관련 단체들이 주장하고 제기하고 있는 수질 및 환경영향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과 계획을 철저하게 수립, 투명한 이행을 통해 새만금사업이 명실상부하게 친환경적으로 완공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서울행정법원의 조정권고안 중 새로운 논쟁과 분쟁을 야기하고 있는 분명한 용도 결정 문제는 완공 후에 해도 무방한 과제다.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새해 벽두에 줄을 이은 새만금사업의 조정권고안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지부 관계자의
이른바‘취직장사’파문, 청와대 행정관의 억대 뇌물 사건 등은 암담한 현실에도 희망과 용기를 갖고 새롭게 출발했던 국민들에게 절망감과 함께 깊은 배신감을 가눌 수 없게 만들었다.
며칠 전 신임 농림장관과 상견례를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농민, 장교출신으로 전국 농업경영인 구심체의 대표를 역임하고 국회에 진출했던 박홍수 농림부장관의 농정철학과 각오, 열정을 엿 볼 수 있었다.
농정 사령탑으로 취임 직후 국회의원직을 전격 사퇴한 박 장관이 팔을 걷어붙이고 박차를 가하고 나선 우리 농업·농촌 희망 찾기가 알찬 결실을 맺으며 새만금사업 추진에도 파급돼 대립과 갈등, 그리고 분쟁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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