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가 바로 그것이다. 과연 우리는 대천명할 자격이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없다. 왜냐하면 진인사(盡人事)를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김포와 오류동에서 발생한 돈콜레라의 진압도 기후의 변동 때문에 자연적으로 콜레라균이 활동하기 싫으니까 싹 꼬리를 내린 탓에 잠잠하게 사그라졌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며 필시 그런 것 같다.
구제역이나 콜레라가 발생하면 우주복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냅다 분무기로 소독약인지 물인지도 분간할 수 없는 것만 뿜어대고 있으며, 그것만이 최선이고 또 이 병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만족하고 말아 버리는 것 아닌가.
본란은 수차에 걸쳐서 구제역이나 콜레라의 예방과 청정지역의 유지는 철저한 역학조사를 하여 그에 대처하고 그리고 세니터리컨디션(senitary condition) 즉, 철저한 개별 농장의 위생상태를 최상으로 확보하는 일과 그에 유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세상에 작년 콜레라가 발생한 김포의 종돈장에서 바로 새끼돼지를 분양 받아 갔으며 그놈들을 검사해보니 돈콜레라가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러한 말이 어찌 방역당국에서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스스로 수치를 알아라. 그리고 전시행정, 형식적 행위, 즉 마지못해서 행동을 했다는 자인인 셈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도대체가 원인을 파악하고 거기에 합당한 대처를 하고 있는 것인지.
방역당국이 119소방대 같이 불난 곳에 물만 뿌리고 그래서 불길 잡으면 그뿐인, 꼭이 행동자체도 소방대와 비슷하다. 노즐을 통해서 나오는 물줄기는 굵기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물을 뿌리고 있는 그림은 불 난데 물 뿌리는 것이나 콜레라 발생한 곳에 소독약 뿌리는 것이나 비슷하니까. 불이 나도 진화한 뒤에는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그 화재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끝까지 규명한다. 그래서 그 책임을 형사상 민사상으로 묻는다.
꼭 이렇게 책임을 물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원인규명은 확실히 해야될 것 아닌가 이 말이다. 그것이 단시일 내에 안되면 몇 년을 걸려서라도 지속적으로 해야될 것 아닌가 말이다. 그래야만 과학적 방어계획이 나올 것 아닌가.
안되면 외국의 양돈국가들로부터 그들은 돈콜레라를 어떻게 관리하는가를 배워와야 하지 않겠는가.
돈콜레라나 구제역에 관한한 청정지역으로 기필코 만들겠다는 거국적 경각심과 애정이 아쉽다. 양돈하는 것, 축산하는 것은 과학이지 민주주의가 아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정부가 양축가에게 강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권력을 주어야 한다. 아니 지금은 주어진 권력도 눈치보고 좋은 게 좋은 것 아닌가하는 구렁이 담 넘어 가는 식의 공무태만도 분명 있으리라고 유추된다.
이런 의미에서 양축가의 잘못보다는 방역당국의 무사안일이 오늘 같은 불행을 자초했다고 확신한다.
만일 공무원이 양축가에게 제제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만들기를 바란다.
위생기준을 정해서 그에 미치지 못하면 축산장의 폐쇄명령까지를 내릴 수 있고 그것도 약하면 강제 폐쇄라도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한 시점이다.
술집, 떡집, 모든 음식점도 위생조건이 안맞으면 폐쇄, 영업정지 등의 제제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되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소, 돼지, 닭 등 가축은 열악한 환경,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도 그들은 말할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가는 그런 비가축(非家畜) 적인 사고는 있을 수 없다. 그들도 자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확보할 생물적 권리가 있는 것이다.
말못하니까. 그리고 조금 구질구질하더라도 잘도 참으니까. 어제도 그러했으니까. 그래도 괜찮았으니까 하는 그런 양심은 이제는 버려야 하고, 앞으로도 그러하다면 응분의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 또 강조하면서 제재도 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한 다음에 하늘의 뜻을 구해야지, 진인사는 않고 하늘에만, 즉 하늘만 바라보는 일은 태초부터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김시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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