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5곳뿐…일부 지역 편중
인프라 부족 연내 시행 불가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정부는 벌꿀등급제 본 사업을 연내에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못 박았지만, 정작 양봉업계 관계자들은 제대로 시행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선이다.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완하지 않고 시행에만 급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수차례 열린 벌꿀등급제 협의회에서 양봉업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한 ‘농축장 확보’가 무산되면서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벌꿀등급제 본 사업은 양봉협회와 양봉농협이 규격검사를 하고,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등급판정이 완료된 벌꿀을 농축장에서 소분한다. 이후 소분작업을 거친 벌꿀이 시장에 유통·판매된다. 양봉농가들이 벌꿀등급제에 참여할 경우, 정부가 지정·등록한 농축장에서만 벌꿀을 소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벌꿀등급제 시행을 대비해 지정·등록된 농축장은 전국에 25곳뿐이다. 이마저도 강원, 경기, 영남 일부 지역에만 분포돼 그 외 지역의 양봉농가들은 등급판정 받은 벌꿀을 소분하기가 쉽지가 않다.
가령 제주도에서 유채꿀을 생산하는 양봉농가들이 등급판정 후 소분하려면 섬을 나와 육지의 농축장을 오가야 한다. 게다가 지정·등록된 농축장들 중 절반가량은 영세한 1인 업체인데다, 양봉장도 겸하고 있어 다른 양봉농가들의 벌꿀을 소분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양봉업계는 벌꿀등급제 시행에 필수적인 최소한의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지 않으면 사상누각과 다름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양봉업계 관계자는 “벌꿀등급제가 국내산 벌꿀의 품질을 높이고, 외국산 벌꿀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양봉산업에 꼭 필요한 제도임이 분명하다”며 “양봉농가들이 어느 정도 참여할지 예측할 수 없다고 해도 벌꿀을 소분할 수 있는 농축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벌꿀등급제에 미적지근한 양봉농가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실효적인 정책이 요구된다”며 “일부 지자체에서만 양봉농가에게 규격검사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농축장이 부족하다는 양봉업계의 의견에 일정부분 공감한다. 다만 본 사업 시행 후 양봉농가 참여가 늘어나고 소분 물량이 증가하면 관계기관과 협의해 농축장을 확충할 계획”이라며 “벌꿀등급제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양봉농가, 생산자단체, 관련업체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보완·수정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