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변경되자 전전긍긍
접종 2~3주 후 출하원칙
‘전체접종’ 바뀌자 올스톱
의미없는 접종 백신 낭비
후유증 우려까지 어수선
업무 체계화 시급한 과제

[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럼피스킨병이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현장 농가와 관련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긴급 백신을 포함, 내달 10일까지 전수에 대한 백신접종을 완료한다는 대응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백신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볼멘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우선 질병이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이동제한 및 출하제한 등으로 발목이 잡힌 데다가, 구제역 SOP를 따르겠다던 방역 조치가 변경되면서 혼선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긴급방역 회의를 통해 구제역 SOP를 따른 럼피스킨 SOP를 조치키로 했지만, 긴급백신정책에 돌입하면서 이를 따를 수 없게 됐다.
구제역 백신의 경우에는 생후 2개월 미만 개체와 2주 이내 출하 가축은 대상에서 제외한다. 따라서 접종 후 2~3주 후에 출하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럼피스킨의 경우에는 빠른 확산에 따라 전체 사육 마릿수에 대해 접종을 시행키로 하면서 출하 대기소에도 접종을 하게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항체 형성 기간이 있으므로 출하 대기 물량에 대해서는 접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체 사육 마릿수에 백신 접종을 하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면서 “의미 없는 접종으로 백신만 낭비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또 현장에서는 50마리 미만 사육 농가에만 공수의가 접종을 하고 50마리 이상 사육 규모 농가는 자가접종을 해야 하는데, 구제역 백신과 달리 피하 접종을 해야 하므로 실제로 적절하게 백신 접종이 됐는지, 이에 대한 효과가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도 확인이 불가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축산농가들의 커뮤니티에서는 백신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초기 백신접종을 완료한 방역대 내 농가 사이에서 백신 접종 이후 발열 및 사료 섭취량 감소, 유량 감소 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
경기도 김포시의 한 낙농가는 “구제역 백신 접종 후 2~3주 만에 럼피스킨 백신을 투여하게 되면서 우려가 크다”라면서 “백신 후유증으로 섭취량이 감소함에 따라 유량이 감소하고 있어 양상을 봤을 때 유사산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도축장도 럼피스킨병 여파의 영향으로 아우성이다. 이동제한이 걸리면서 지정도축장에서만 도축해야 하는 상황인데 부득이한 경우 예찰 지역 밖에서 도축할 경우 도축장에서 이동제한 지역 물량을 구분해 작업해야 한다.
또 초기 백신 접종 개체에 대한 부산물 처리 방법을 두고 현장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도축업계 관계자는 “긴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완벽한 지침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현장에서는 시시각각 벌어지는 사안들로 인해 업무에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구두로 이뤄지고 있는 부분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는데, 지침을 문서화 해야 안정적인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이동제한 중 도축된 소 지육 등(부산물 포함)의 유통조건 설정 등 개선사항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