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어렵다’ 97%…압도적
멸균유 유입되면서 더 커져
마시는 우유시장까지 노크
소비자 선호도 점점 ‘호감’
자급률 하락세 절반 이하로
유가공품 원료 의존이 원인
유크림 수입 가파른 증가세
4년 동안 연간 74.2% 급등
유럽 청정 자연·방목 인식
멸균우유는 외국산이 우세
국산 흰우유 맛·신선 인정
품질·안전 가치 경쟁 가능

[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외국산 수입 유제품들의 파상공세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낙농가들을 벼랑 끝에 몰고 있다.
수십 년간 낙농업을 영위해온 사람들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장 농가들을 더욱더 암울하게 하는 것은 앞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불안감이다.
최근 한국낙농육우협회 정책연구소가 조사·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FTA 하에서 향후 낙농 산업에 대한 전망은 97.4%가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 가운데 54.3%는 특히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하면서, 흉흉한 현장 분위기를 실감케 한다.
이제 현장 농가들은 더 나은 핑크빛 미래가 올 것이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몇해 전부터 외국산 멸균우유가 일반 시장까지 유입되면서 그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실제 물량이 국내 우유 시장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유가공품이 아닌 마시는 우유까지도 외국산 제품들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산업을 얼어붙게 만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 초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원유 생산량은 감소하는 반면, 유제품 수입량은 관세율 인하 및 무관세 할당량 증가, 소비자 선호 다양화 등의 영향으로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 수입량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263만 6000톤으로 전망되며 이후에도 증가세가 지속해 2032년에는 283만 2000톤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2023년 원유생산량은 사육 마릿수의 감소로 2022년 대비 1.7% 감소한 194만 5000톤으로 전망됐으며, 젖소 사육 마릿수가 전년 대비 3%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량 감소세는 2023년 이후에도 지속해 2032년 원유생산량은 2022년 대비 6.4% 감소한 185만 톤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영세한 소규모농가들의 폐업이 지속되고 대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규모화와 전업화가 진행되면서 전체 사육 마릿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자급률 역대 최저
국산우유 자급률은 2012년 62.8%에서 지속해서 감소하면서 2018년 50%의 벽이 무너졌다. 그 후에도 계속해서 자급률이 떨어진 가운데 지난해에는 44.8%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세운 목표치 54.5%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처럼 우유 자급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은 미국, EU, 호주, 뉴질랜드 등 세계 주요유제품 수출국과 잇따른 FTA 협정에 따라 늘어나는 유가공품 수요의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백색 시유의 대체재라 할 수 있는 유크림 등의 수입이 지난 4년간 연 74.2%의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외국산이 대체수요 시장까지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유럽 청정이미지…소비 부추겨
지난해 우유자조금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국산 냉장 우유의 음용 비중은 약 61%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산 멸균우유를 음용한다고 답한 비중은 약 7%로 낮았다.
아직 마시는 우유까지는 외국산의 영향이 크게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우선 국산 냉장 우유를 섭취하는 사람과 외국산 멸균우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달랐다.
국산 냉장 우유는 우유 본연의 건강 성분을 그대로 섭취하기 위해 그냥 음용하는 경우가 많고, 수입산 멸균우유는 요리나 라떼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경우가 잦았다.
대다수 응답자가 국산 냉장 우유가 맛, 원유의 질, 신선함 등 품질 전반에 대해 외국산 멸균우유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그 때문에 마시는 우유에서는 외국산이 아닌 국산 우유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외국산 멸균우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이를 선택하는 이유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소비자들은 외국산 멸균우유를 선택할 때는 ‘자연 방목으로 사육한 젖소에서 나온 우유라 품질이 좋을 것’이라는 신뢰감으로 선택한다고 응답했다.
유럽의 청정 자연과 자연 방목 목초지에서 생산된 우유라는 인식이 소비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 세계최고 품질 우유 우수성 홍보 절실
음용 인구가 지속해서 줄어들면서 낙농 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개방화 파고가 마시는 우유까지 넘보고 있지만 아직 마시는 우유 시장에 대한 경쟁력은 충분하다.
우리나라의 원유품질은 세계 1위라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신선도와 안전성은 이른바 낙농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과 견주어봐도 높은 수준으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국산 우유는 체세포 수 20만 개 미만/㎖, 세균수 3만 개 미만/㎖을 1등급 원유의 기준으로 관리한다. 체세포수는 소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고 세균수는 위생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이는 체세포수와 세균수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농가에서 사양 관리와 환경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의 위생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인 덴마크와 같으며, 프랑스는 체세포 수는 같지만, 세균수가 5만 개 미만/㎖, 독일과 뉴질랜드는 체세포수 기준을 40만 개 미만/㎖이 기준이다. 미국은 별도 등급 규정이 없으며 체세포수 75만 개/㎖, 세균수 10만 개/㎖ 이상일 경우 우유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멸균우유 제품에서는 원유 등급표시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현재 국내로 유입되고 있는 폴란드산 멸균우유의 경우에는 내수용과 수출용의 유통기한이 상이하며, 수출용 제품의 유통기한은 내수용의 두 배 수준이다. 국산 우유는 착유 후 적정 온도로 바로 냉각시킨 다음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신선한 원유 상태 그대로 살균 처리만 거쳐서 2~3일 내 유통되며, 유통기한이 보름 이내이다.
신선도와 안전성은 외국산 유제품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마시는 우유는 생물과 다름없으므로 신선도와 안전성이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유가공품 시장은 가격경쟁력과 품질에서 밀려 시장을 빼앗겼지만 아직 마시는 우유 시장은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