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수입 현황 및 대응 방안Ⅴ… 양봉]
[외국산 수입 현황 및 대응 방안Ⅴ… 양봉]
  • 이국열 기자
  • 승인 2023.09.15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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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저가, 한쪽에선 고급화…진퇴양난 형국

베트남, 수입단가 가장 저렴
국산 가격 절반에도 못 미쳐
뉴질랜드·호주 ‘마누카꿀’로
기능성 인정 백화점 등 인기

자급률 기본적 통계도 없고
농가수·마릿수 파악도 안돼
‘소멸 피해’ 정부·농가 엇박자
의무자조금 도입 선결과제로

생산성 향상 통해 경쟁 강화
생태계 보전 등 공익적 가치
국내산 우수성 적극 홍보를
등급제 활용·직불제 도입도
벌꿀을 채밀하고 있는 모습.
벌꿀을 채밀하고 있는 모습.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양봉산업이 외국산 벌꿀에 자리를 내 줄 처지에 놓였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외국산 벌꿀 수입량이 매년 증가해 국내산 벌꿀 소비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국가와 FTA를 체결, 관세율 인하를 설정함에 따라 외국산 벌꿀의 국내 시장 잠식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산 벌꿀은 2014년 FTA 체결로 15단계에 걸쳐 매년 균등하게 감축돼 2029년 1월 1일부터는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또 뉴질랜드·호주의 마누카꿀은 고급화 전략으로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도 기후변화 등으로 꿀벌 소멸이 반복되면서 국내산 벌꿀 생산량이 급감한 상황이다. 외국산 벌꿀로부터 양봉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외국산 벌꿀 현황과 대응 방안을 살펴봤다.

 

# 외국산 벌꿀 연평균 6.1% 증가

외국산 벌꿀은 농협경제지주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수입권 공매를 통해 수입된다. 이후 유통업체 및 식품회사에서 가공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러 국가와 FTA를 체결했으며, 관세율 인하와 TRQ(저율관세할당)를 설정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생산된 벌꿀에 243%(1864원/kg)를 부과하고 있다. 주요 FTA 체결국들에 대한 벌꿀의 TRQ는 WTO가 420톤, 미국 246톤, 캐나다 120톤, EU 61톤이다. 베트남, 뉴질랜드, 호주는 TRQ가 없다. 최근 벌꿀 수입량은 2015년 980톤에서 2022년 1486톤으로 연평균 6.1% 증가하고 있다. 반면, 수출량은 2015년 53톤에서 2022년 9톤으로 연평균 23% 감소했다. 2020년 기준 외국산 벌꿀 평균 수입가격은 1만9850원/kg으로 형성됐다.

2022년 국가별 벌꿀 수입량은 미국(34%), 뉴질랜드(11%), 캐나다(9%) 순이다. 수입단가는 베트남산이 2078원/kg으로 가장 저렴하고, 뉴질랜드산은 4만5487원/kg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 베트남산 벌꿀, 외국산 중 가장 저렴

국내 양봉농가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외국산 벌꿀은 베트남산이다. 베트남산 벌꿀은 외국산 벌꿀 중에서도 가장 저렴하며, 국내산 벌꿀 가격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산 벌꿀은 TRQ가 설정돼 있지 않은 상태인데다, 2029년에는 관세가 철폐되면서 향후 베트남산 벌꿀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기호식품인 벌꿀은 국내산과 외국산이 뚜렷하게 구별되지도 않아 식품회사, 음식점, 일반 소비자들이 베트남산 벌꿀을 구매할 가능성도 높다. 

일례로 저렴한 중국산 로열젤리의 수입량은 전체 수입량의 평균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중국산 로열젤리 수입단가는 5만5421원/kg으로, 호주(15만2495/kg)나 캐나다(12만6426원)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뉴질랜드·호주산 벌꿀은 수입단가가 가장 비싸지만 국내 벌꿀시장에서 매우 인기 있는 외국산 벌꿀로 꼽힌다. 예컨대 마누카꿀은 기능성 품질을 인정받으며 백화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수많은 논문·연구결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 마누카꿀의 가치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뉴질랜드는 양봉을 할 경우 반드시 등록해 고유번호를 부여받아야 하고, 양봉장 위치도 위성 좌표를 찍어 등록하고 있다. 정부가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제도적으로 보호·관리해 경쟁력을 향상시킨 것이다. 

앞으로 국내 벌꿀시장은 FTA 체결 등 시장개방 확대의 영향으로 저렴한 가격 혹은 기능성을 앞세운 외국산 벌꿀의 수입량이 점차 늘어날 것이며, 증가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양봉산업의 문제점

국내 양봉산업의 가장 큰 문제이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점은 정확한 통계다. 

국내산 벌꿀 자급률과 같은 기본적인 통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양봉농가 수와 사육마릿수도 추산일 뿐 객관적 자료가 전무하다. 

양봉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 통계자료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양봉산업과 관련된 기본 통계의 편차가 심한 상황이며, 농가의 수익성을 판별할 수 있는 생산비 자료도 미비하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꿀벌 소멸 피해 현황도 양봉농가와 정부는 엇박자를 내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꿀벌의무자조금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2009년 도입됐다고는 하나 임의자조금으로 유지되고 있어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다. 자발적 납부는 양봉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꿀벌의무자금 도입으로 국내산 벌꿀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 품질 향상시키고 공익적 가치 높여야

양봉산업은 양봉산물의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강화하고, 생태계 보전 등 공익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는 10월 본 사업이 시행되는 ‘벌꿀등급제’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생산·유통이력제를 도입함에 따라 국내산 벌꿀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벌꿀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신뢰도 높일 수 있다. 특히 양봉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면 품질검사 수수료 일정금액을 보조 사업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내산 벌꿀에 대한 연구개발도 확대해야 한다. 마누카꿀의 경우 정부가 주도하는 기능성 연구를 통해 품질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질 수 있었다. 국내산 벌꿀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홍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꿀벌의 생태계 보전 기능을 고려한 공익직불제 도입도 시급하다. 꿀벌은 화분매개 기능, 다양성 유지 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양봉농가에게 꿀벌의 공익적 가치를 직불금으로 지급하면 꿀벌 소멸로 피해 입은 양봉농가들을 보호하고, 경영 안정을 구축할 수 있다. 

<표1> 외국산 벌꿀 수입통계(※ 자료 : 관세청)
연도 수입
물량(톤) 금액(백만 원) 단가(원/kg)
2019 773 14,554 18,840
2020 1129 17,043 15,103
2021 1434 22,517 15,708
2022 1486 26,621 17,910
2023(1월~6월) 502 9959 19,850

 

<표2> 2022년 주요 국가별 외국산 벌꿀 수입통계 (※ 자료 : 관세청)

국가 물량(톤) 금액(백만 원) 단가(원/kg)
미국 513 8312 16,211
뉴질랜드 169 7704 45,487
캐나다 141 1353 9583
아르헨티나 89 731 8179
호주 57 1692 29,732
베트남 56 116 2078
불가리아 10 237 24,170
기타 451 6477 14,351
합계 1486 26,621 17,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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