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 먹거리 해결책
첨단산업 푸드테크 핵심
‘환경·동물복지 해결한다’
정부에서도 대대적 지원
식품·식자재·유통·외식 등
식물성 대체 투자 활성화
R&D·시설투자 세액 공제
2027년까지 30곳을 육성
안전성 관리기준 등 모호
‘육’자 사용 소비자 혼란만
축산물 비해 영양분 부족
친환경적 주장 증명 안돼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대체식품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축산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대체식품을 미래 먹거리 유망산업으로 판단해 제도적 지원을 약속했고, 국내 대기업들도 대체식품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대체식품이 부상한 이유는 식량안보, 코로나 등으로부터 지속 가능한 먹거리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또 첨단산업이라는 푸드테크의 가장 핵심적인 분야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은 축산업 지속을 위협한다. 단지 정부의 지원과 대기업이 진출해서만이 아니다. 환경과 동물복지를 해결할 수 있는 신산업이라는 프레임으로 축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식품이 윤리적이며, 깨끗하고,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대체식품 산업 현황과 축산업계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짚어봤다.
# 대기업 브랜드 제품 유통·판매
대체식품은 주로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는 식품을 지칭한다. 대체식품의 주원료가 되는 소재와 기법에 따라 식물성, 배양세포, 발효 등으로 구분한다. 이중 현재까지는 식물성 대체식품이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른바 비욘드미트(Beyond Meat),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 잇저스트(Eat Just) 3대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했다.
글로벌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은 2021년 기준 356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2025년에는 2021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778억 달러 규모로 전망된다. 식물성 육류, 콩 음료 등 수요 증대에 힘입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연 평균 16.8%에 달하는 성장률이 예상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식품, 식자재, 유통, 외식 등에서 식물성 대체식품 투자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약 70여 개 사에서 식물성 대체식품을 제조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로 식품 대기업들의 브랜드 제품이 유통·판매되고 있다. 풀무원은 지구식단 브랜드를 출시해 식물성 대체식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CJ제일제당은 플랜테이블, 롯데푸드는 엔네이처 제로미트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동원F&B는 비욘드미트와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해 비욘드미트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농심의 베지가든, 신세계푸드의 베러미트가 출시돼 관련 제품들이 판매 중이다. 현재 국내 대체식품 산업은 약 2000만 달러 수준이고, 세계에서 38위 규모다.
# 2027년까지 푸드테크 기업 30개 육성
농식품부는 2025년까지 식물성 단백질을 포함한 대체식품 R&D 사업지원, 세포 배양 원천기술, 배양액 등 연관 기술 개발 지원을 추진한다. 관련 R&D 비용의 최대 40%, 시설 투자비용의 최대 15%를 기업 대상 세액공제로 확대할 예정이다. 2019년 농식품부는 ‘식품산업 활력제고 대책’ 발표를 통해 푸드테크를 포함한 미래 유망 식품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향후 푸드테크 기업 및 벤처창업 지원, 모태펀드 조성, 규제 개선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2022년 12월 농식품부에서 발표한 ‘푸드테크 산업발전 방안’에 따르면, 식물성 대체식품과 식품 프린팅 관련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및 1000억 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계획했다. 2027년까지 30개 국내 푸드테크 관련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또 푸드테크 융합 연구 지원센터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 축산물 오인 표시·광고 규정 없어
반면, 정부 투자에 비해 대체식품 관련 제도는 미비하다. 우선 대체식품에 대한 명확한 범주 및 표기 가능한 명칭 정립도 아직 진행 중이고, 대체식품의 안전성 관리 및 평가 기준 마련도 지지부진하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원재료 이름을 제품명에 사용할 시에는 해당 원재료를 제조나 가공에 사용해야 하며 최종 제품에 남아 있어야 한다.
식물성 대체식품은 곡류·두류가공품으로 분류돼 현재 식품표시광고법에 따라 ‘육’, ‘고기’ 등으로 표시하거나 광고할 수 없다. 식물성 유제품도 ‘우유’, ‘밀크’로 표기할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 ‘오트밀크’, ‘아몬드밀크’ 등으로 명시되는 등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혼란을 일으킨다. 현재 식품법령에서 대체식품의 원료는 식품의 원재료명, 유형, 성분명 등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식물성 대체식품을 축산물로 오인할 수 있는 표시·광고 관련 규정이 부재한 상황이다. 보다 구체화된 유형 및 기준이 필요하다.
# 불완전한 대체식품, 축산물 대신할 수 있나
‘대체’의 사전적 의미는 ‘대신하기 위해 바꾸다’이다.
따라서 대체식품은 축산물을 대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영양적으로 축산물과 동일해야 하며 맛·식감 등에서도 차이가 없어야 한다. 또 식품 안전성도 담보돼야 한다.
하지만 식물성 대체식품은 불완전한 식품이라고 지적된다. 면역과 신체기능에 필수적인 필수아미노산이 축산물에 비해 부족하다. 축산물과 비슷한 맛과 식감을 구현하기 위한 첨가제와 유전자변형농산물(GMO) 활용은 건강에 안전할 수 없다.
더구나 식물성 원료를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환경오염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다.
특히 배양육은 더 심각하다. 식품으로 출시되기까지 수많은 가공공정과 그 과정에서 첨가되는 화학약품은 인체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검증되지 않았다. 세포를 배양하기 위해선 가축을 도축해야 한다. 대체식품이 윤리적이며, 깨끗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이 퇴색되는 이유다.
# 축산물과 배양육은 엄연히 다른 식품
사실 축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배양육’이다. 예전부터 콩고기, 두부 등은 있어 왔다.
그러나 배양육은 다르다. 아직은 초기단계에 불과하나 대체식품 중에서도 배양육이 가장 고도의 첨단기술로 인식되면서 세계 각국이 배양육 산업에 뛰어들었으며, 국내에서도 배양육 스타트업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실험실에서 배양된 닭고기가 요리돼 레스토랑에서 판매됐고, 올해 6월 미국은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배양육 생산·판매를 허가했다.
실험실 고기가 식탁에 오를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반드시 축산물과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배양육 표기 법제화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축산업계도 소비자들에게 축산물과 배양육이 엄연히 다른 식품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 더불어 축산업을 생명산업으로서 가치를 높이고, 소비자들이 믿고 찾아줄 수 있도록 선제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