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사용·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소비량을 대폭 감소
친환경적이어서 축산 대체”
축산농가 입장에서 불안감
배양육 포함 대체식품 러시
닭고기 이후 소·돼지 무소식
대량생산 상상 초월한 비용
생산과정 에너지 분출 막대
온실가스 역시 더 많이 배출
첨단 기술은 에너지 집약적
지구 온난화에는 더 악영향
윤리적 논란거리도 숨겨져

“배양육은 현재 축산물보다 토지사용량,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소비량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라면서 배양육은 신화처럼 전 세계 식량위기를 구원하고, 탄소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배양육을 포함한 대체식품이 마치 대세가 된 것 같고 머지않아 현 축산업을 대체할 것 같은 기세이기에 축산농가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모두 난감해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콩고기’ ‘인조고기’로 불리던 식물원료 기반 식품들이 2013년 세포배양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육’ 대두와 함께 통칭 ‘대체육’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그 명칭과 탄소배출 오명으로 인한 파급력이 얼마나 커질지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다. 그나마 올해 하반기부터 대체식품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한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대체식품이 축산업에 미칠 영향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나? 우리가 배양육 생산과정을 좀 더 자세하게 공부해 준비한다면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대체식품이 대두된 이유와 짧은 역사
우리나라 인구와는 달리 전 세계 인구는 2022년 79억 명에서 2030년에는 86억 명으로 증가하고 축산물 소비량도 2021년 33억 톤에서 2030년 37억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OECD-FAO)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생산방식으로는 늘어나는 축산물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기에 이를 극복하고, 가축 사육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토지와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대체 단백질이 제시됐다.
특히 세포배양을 기반으로 한 배양육은 2013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의 마크 포스트 교수팀이 런던학회에서 소의 줄기세포에서 근육조직을 배양해 세계 최초 실험실 배양버거 패티를 만들어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때 당시 햄버거 패티 가격은 37만5000 US달러/100g로 상용화가 되기에는 터무니없는 가격이었지만 구글의 공동설립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같은 민간의 기부와 배양육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포스트 교수가 만든 모사미트(Mosa Meat)는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용화될 수 있는 수준의 햄버거 패티를 만들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 배양육 생산기업과 판매 현황
이후 잇저스트(Eat Just), 업사이드푸드(UPSIDE Foods), 굿미트(GOOD Meat), 빌리버미트(Believer Meats), JBS US 등 다양한 기업들이 배양육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JBS US는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육가공업체로 현재까지는 별다른 성과가 없지만, 배양육 산업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이 분야의 연구 및 개발에 투자하고 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배양육 생산을 비롯한 대체식품 개발에 붐이 일고 있다.
전 세계 최초로 2020년 12월 싱가포르에서 잇저스트(Eat Just)가 배양 닭고기를 이용한 치킨너겟을 특정 식당에서 팔기 시작했다. 2023년 6월에는 미국 농무성이 업사이드푸드(UPSIDE Foods)와 굿미트(GOOD Meat)에 배양육 판매를 허가했으며, 이 업체들은 배양 닭고기의 생산규모를 확대해 저렴한 가격으로 소매점에 내놓기 전에 최고급 식당에 먼저 판매할 것이라 한다.(로이터, 2023.6.22)
이러한 소식을 들으면 아주 가까운 미래에 배양육 산업이 축산업을 대체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잇저스트의 배양 닭고기 판매 후에 현재까지 배양 소고기나 돼지고기 판매에 대한 얘기는 없다. 왜 일까?
최근 BBC News(인터넷 판, 2023.6.8)가 싱가포르의 잇저스트 배양 닭고기 판매 상황을 설명했다. 2020년 12월 치킨 너겟을 판매한 후 2021년 비공개회원클럽의 메뉴에 잠시 등장했고, 2023년에는 특정 식당에 치킨 샌드위치나 치킨 파스타로 일주일에 한 번 제한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치킨 파스타의 가격은 18.50달러로 세금을 포함하면 대략 우리나라 돈으로 2만5000원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 비싼 편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치킨이 메인이 아니라 부재료로 사용된 것이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일주일에 한 번 제한적으로 부재료로만 판매를 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절로 생긴다.
잇저스트는 배양 닭고기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함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싱가포르에 있는 생산규모로는 일주일에 2~3kg 밖에 생산할 수 없다고 한다. 실험실에서는 성공했지만 적당한 가격대에서 대량생산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배양육 생산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찾아보게 됐는데, 후술하는 바와 같이 배양육은 현재 대량생산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량생산을 위해서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투자비용이 들어간다. 가장 큰 문제점은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로 인해 오히려 온실가스를 기존 축산업 대비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대량 생산의 어려움
적당한 가격대의 대량생산이 쉽지 않다는 것은 2021년 9월 ‘The Counter’라는 식품저널 인터넷 판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체식품 생산을 지지하는 GFI(the Good Food Institute)가 2021년 호기롭게 내놓은 전망을 보면 4억5000만 달러가 들어가는 배양육 시설에서 생산할 수 있는 양은 연간 1만 톤으로 이 양은 식물성 단백질 시장 전체의 10%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연간 453억kg의 고기 중 약 0.02%의 비율로 시설투자비용 대비 생산량은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또 방대한 시설과 국제수준의 청정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시설유지 및 가동비용은 4억5000만 달러를 훨씬 상회한다고 한다.
# 현재 기술로는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배양육 생산으로부터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현재의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양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배양육 생산으로 토지와 가축에 대한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문제는 현재 배양육을 만드는데 필요한 첨단기술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 집약적 기술이다. 오히려 이산화탄소(CO²)를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다고 한다.
배양육 생산의 역사가 워낙 짧고 제대로 된 배양육이 없기 때문에 관련 연구들도 정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으나, 최근 배양육이 오히려 지구 온난화에 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Lynch 외(2019)의 연구에 의하면, 초기에는 배양육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현재 축산업에서 주로 배출하는 메탄(CH⁴)이나 아황산질소(N₂O)에 비해 온난화를 덜 진행시키겠지만 이산화탄소와 달리 메탄은 대기 중에 오랫동안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배양육 생산이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연구가 최근 공개됐는데, Risner 외(2023)는 세포배양액을 구성하는 포도당, 아미노산, 미네랄 등의 성분을 정제하고 배양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생산시설을 가동하는데 드는 전력 등을 계산해 배양육 생산 전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추정하고 이를 현재 소고기 생산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비교했다.
그 결과 배양육 1kg당 이산화탄소는 같은 양의 일반 소고기에 비해 4배에서 25배까지 높다고 발표했다. 만일 급진적인 기술발전으로 배양육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면 그때는 역설적으로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을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배양육 생산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
배양육 생산은 종종 동물복지를 위해서도 타당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배양육을 생산하는 과정을 보면 윤리적인 논란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 태아 혈청은 동물세포가 자라는데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하는 단백질이 혼합돼 있다. 결국 배양육은 임신한 소를 도축해 태아의 혈청을 이용해야 한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또 이 혈청이 매우 비싸서 리터당 2000 달러 수준이기 때문에 배양육 생산비용을 크게 증가시킨다고 한다.
# 마치면서….
대체식품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식량위기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주며 마치 금방이라도 현재의 축산물을 대체할 것처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대량생산의 어려움, 생산시설 설치의 막대한 비용,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 윤리적인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비용도 문제이지만 배양육 생산의 온실가스 배출은 정부차원에서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배양육 자체야 현재 축산업보다 탄소배출이 적겠지만 배양육 생산시설을 유지하는데 사용되는 에너지로 인한 탄소배출에 대해 정확한 계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2050 탄소배출 중립’을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배양육이 우리 식탁에 올라올 수 있다. 현재의 축산업을 지속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기적인 계획과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훗날 대량생산이 가능해져서 시장에 배양육이 나온다면 누군가는 배양육을 선호할 수 있고, 누군가는 ‘진짜 고기’를 선호할 것이다. 부산물도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즉 우리가 미리 배양육을 대비해 계획을 세우고, 축산물의 상품화 전략을 수립한다면 후세들에게는 ‘진짜 고기’의 맛을 그대로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