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골] 손목 비트는 물가 정책
[가락골] 손목 비트는 물가 정책
  • 권민 기자
  • 승인 2023.07.28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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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시장주의 표방
사사건건 정부 개입
말과 행동 다른 정책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연초 전기료·도시가스 등 공공요금이 크게 오르자 요금 폭탄을 맞은 국민들의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물가 상승률이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기록을 써 내려가면서 정부도 물가 잡기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전 정부에서 포퓰리즘정책의 일환으로 공공요금을 동결한 결과를 이번 정부에서 감내하고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러한 공공요금의 인상이 전체 물가를 수직 상승시키는 요인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육류 가격이 물가 상승의 원인이라고 낙인 찍었다. 
이렇게 낙인으며 돼지고기부터 닭고기까지 외국산 축산물을 무차별적으로 수입했다. 그 결과 물가가 안정됐을까? 그 결과에 대해서 정부는 말이 없다. 
그러한 와중에 한우 마릿수가 350만 마리를 넘는 위험 신호가 깜박이자 이번에는 막대한 국민들의 혈세와 한우자조금을 투입해 암소 반값 대할인 판매를 시도했다. 
이전의 정부도 그러했지만 이번 정부의 정책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사료 안정자금이나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자재 등에 대한 대안이나 대책은 없이 일만 터졌다 하면 눈앞의 문제해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시스템을 갖춰 체계적으로 해결할 생각이 아예 없는 듯하다. 각종 사회적 재난이나 수해 피해만 놓고 봐도 문제가 발생해서 이전에 투입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막을 수 있는 것을 더 많은 혈세를 투입하는 형국이니 말이다. 
그러니 막상 문제가 발생하면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박근혜 정부 때 유행하던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또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 취임에서 줄곧 자유시장경제를 주창해오던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물가대책만 놓고 봐도 그렇다. 가격이 오르면 물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생산수단을 집중하게 될 것이고, 물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가격 조건에 따라 소비 행태를 바꾸게 되므로 시장은 합리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골자다. 
하지만 작금의 정부는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정책을 수시로 내놓으면서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르면 패가망신 당하기 딱 쉽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드높다.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물가 안정을 하겠다며 제조업체의 팔목을 비틀기 시작하자 라면업체부터 인상했던 가격을 소폭 낮췄다. ‘세무조사’라는 으름장에 두 손을 들 수밖에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축산물의 무차별적 무관세 수입 등으로 인한 부작용에는 별 대꾸없이 5%를 넘어섰던 물가가 2%대로 안정됐다며 자신들의 노력을 자화자찬했다.  
그러한 자신감에서일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3일 닭고기 계열회사 관계자와 닭고기 수급조절협의회를 열고 이번에는 닭고기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그 전 주(週)에 배합사료 제조업체들의 손목을 비틀어 사료가격을 인하하도록 했으니 이번에는 너희들이 복경기 수익을 따지지 말고 있는 힘껏 닭고기를 공급하라는 뜻이다. 
이러한 협의회가 일상적이었다면, 축산물의 수급 안정이라는 원래의 목적을 위해 협의회가 운영되고 있었다면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닭고기 공급업체들과의 원활한 소통에 무관심하던 정부가 물가만 불안하다 싶으면 팔을 비틀고 윽박지르고 무언의 압력을 가하면서 실속 없는 대책만 남발해 결국 공급업체나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힌다. 닭고기 공급업체들의 반응은 지난해 협의회에서 보였던 농식품부의 파렴치함 때문인지 그다지 의미 있어 보이지 않는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공정위가 닭고기 계열업체 16곳에 닭고기 가격과 생산량·출고량 등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과징금과 검찰 고발조치를 내렸다. 과징금 액수만 무려 1758억원이었다. 
육계협회는 “관련 법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과도기에 담당 부처의 승인과 지시에 따라 이행한 수급조절에 대해 정부 내 다른 기관이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어 애꿏은 사업자들만 잡도리하고 있다”면서 “특히 수급조절을 공개적으로 시행했음에도 마치 은밀하게 담합을 추진한 부도덕한 사업자들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한 것은 유감”이라고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육계·토종닭·오리 등 가금단체에서 이뤄진 수급조절행위를 공정위가 담합으로 간주해 수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여한 가운데 이를 방관해 온 농식품부가 닭고기 수급안정을 위해 수급조절협의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성토했던 것이 바로 지난해 수급조절협의회에서였다. 당시에도 사료비 상승과 도축마릿수 감소 등으로 수급 및 가격이 불안정한 닭고기의 여름철 및 추석 수요 증가에 따른 수급 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출고량 조절 혐의 등으로 업체마다 수억에서 수백 억원의 과징금을 받아 이에 대처방안을 찾기 위해 사활을 걸었던 때, 수급조절 행위의 정당성을 공정위에 소명은 고사하고 뒷짐져온 농식품부가 무슨 염치로 또 업체들에게 수급조절을 논할 수 있을까?
정부가 민간기업 그리고 농가들과 소통을 원하고 연대해 향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가장 우선적인 것이 믿음이다. 이 믿음은 책임감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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