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라는 주장
그것 역시 축산 왜곡
사이비 전문가 도처에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목축과 농경을 통해 고기를 생존의 토대로 삼은 인류는 기술 변화가 진행되면서 육류를 대량 사육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형 농장이 커졌고, 가공 육 생산과 패스트 푸드도 시장이 확대되면서 육류 소비가 크게 늘었다.
2022년 말 현재 미국에서 식용으로 사육되고 있 는 가축의 수는 약 90억 마리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700억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류의 대 량생산은 인류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비윤리적이고 비인도적인 축산과 도축에 따른 동물 복지 논란이다.
여기에 가축을 사육하고 도축하는 과정에서 발 생하는 탄소 배출이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을 일으 키고 있다는 사실과 비만, 심혈관 질환에 주요 원 인이라는 오해까지 불러일으키며 ‘축산=오염’이 라는 등식이 확산됐다.
이러한 등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소위 의학·환경 전문가 그룹들의 영향이 무엇 보다 지대했다. 그들의 그럴듯한 주장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원인은 뭘까?
아마도 고기가 식탁에 오를 때까지의 불편한 진 실, 살아있는 가축을 맛있게 먹고 있는 자신들의 비 윤리성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희생양 찾기 가 아니었을까?
그러한 심리를 이용한 소수의 전문가들은, 사실 을 자신들의 주장에 맞게 왜곡시키고, 왜곡된 이론 을 강화하기 위해 축산업의 부정적 인식을 활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미국에서 급작스레 증가했던 심혈관 질환의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을 때, 앤셀 키스 박사는 ‘지 방’을 비만과 심혈관 질환 그리고 각종 성인병의 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식품 의약 등의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었던 그의 연구는 사실 자신의 주장의 정당성을 뒷받침 하기 위해 연구를 조작했다. 당시에 이에 대한 이 의를 제기했던 연구들은 위세를 떨치고 있던 그의 견제에 의해 묻혔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 소 비만과 심혈관 질환의 주범이 식이지방이 아니 었음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리적 식생활을 주장하는 채식주의자들이 늘어나면서 아직도 왜곡된 주장 이 마치 정론인 것처럼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이 비윤리적 사고에 빠진 사람들로 치부된다. 전문 가를 자처하며 권위를 남용하는 사례 중 ‘쇼 닥터 (show docter)’가 있다. 방송을 뜻하는 쇼와 의사인 닥터를 합성한 용어다. 일반 대중이 전문적인 의학 지식에 접근하기 어 려우며,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보는 이에게 신뢰 를 준다는 점을 악용해 근거가 부족한 여러 시술이 나 건강기능식품들을 추천하는 행위를 하는 의사 들을 말한다. 어느 한 박사가 육류가 인간의 몸에 온갖 질병 을 양산하고 이를 극복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채식주의가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주 장하면서 한때 ‘채식주의’ 열풍이 일었던 것도 같 은 사례다.
지방이 비만의 원인이고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 다는 주장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는 많은 전문가들 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방 유해론’이 오히려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줄곧 주장하는 것은 편식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식단 이다.
하지만 축산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소수의 연 구자들은 축산업을 공격하는 것 자체를 ‘가짜 뉴스’ 이며 마치 ‘음모론’으로 몰고 가며 축산인들의 대변 자를 자처한다. 작금의 ‘축산업=오염산업’이라는 오명이 마치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 하는 것 자체가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몰고가는 것은 자신들이 축산업 을 대변하고 있다는 간판이 필요해서는 아닐까?
축산업을 왜곡하는 이들과 그 왜곡을 가짜뉴스 라고 다시 왜곡하는 이러한 행동은 결코 축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방위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 는 축산업자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즘을 갖게 해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과학을 앞세우는 전문 가로서 할 일이 아니다. 정치적 놀음에 지나지 않 기 때문이다. 축산업이 산업형으로 진화하면서 생명을 경시하 는 잔혹한 사육방식을 보편화하고, 주변의 환경을 오염시킨 것은 가짜뉴스가 아니다.
일반 사람들의 사이에서 축산업을 기피하는 현상은 누가 그러라 고 시킨 일이 아니다. 나의 잘못을 접어두고 남이 그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탓하면서 그것을 ‘가짜’라고 둘러치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아니듯, 특히 전문가라고 자처한다면 잘못에 대한 지적과 왜 그 런 지적이 나오게 되었는지를 고민해서 알려줘야 한다. 그것이 전문가들의 소임이다.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의 저자 정준 호 씨는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 이 발생했을 때, 전문가로서 그 양심과 태도를 저버 린 전문가들이 권위로 다른 의견을 억누르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 결과 전문가 자신의 기반을 갉 아먹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그는 “전문성도 지식의 정도를 이야기하기보다는 논리성과 태도, 그에 따 르는 책임이 있기에 학위, 경험, 명성 등만으로 자 신을 전문가라 부를 수 있는지 끊임없이 회의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칭 전문가가 새겨들 어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