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골] 다시 소환된 광우병(하)
[가락골] 다시 소환된 광우병(하)
  • 권민 기자
  • 승인 2023.06.23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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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 정부 입장
설명 대신 ‘괴담’ 지목
국민의 안전보다
이웃국가 이익 우선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광우병(狂牛病)은 정확한 의미에서 맞는 말이 아니다. 정부가 지정하는 정식 용어는 ‘소해면상뇌증’이다. 영국에서 최초로 변종 크로이츠펠트-야곱병(vCJD) 발생 당시 썼던 ‘미친 소의 질병mad   cow disease’이라는 가십성 헤드라인을 일본에서 그대로 쓴 것을 번역하면서 탄생한 말이다. 
소해면상뇌증(BSE)이 광우병으로 각인된 것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 일본과 미국이 벌인 소고기 수입 문제에서 미국측이 사용한 표현이 직역되면서이고, 그 증세가 그만큼 강렬해서다. 
BSE가 발병하면 대뇌피질에 수많은 구멍이 뚫려 뇌가 스폰지처럼 변한다. 정상 뉴런의 단백질 구조가 파괴되기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며 대부분이 사망한다. 보통 알츠하이머 치매나 파킨슨 환자의 증세와 비슷하다. 
BSE에 걸리면 최근의 일부터 차차 기억을 잃어가기 때문에 알츠하이머 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지만, BSE 환자는 자신의 이상행동에 대한 공포심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죽을 때까지도 행복한 모습을 유지하고, 심지어 죽음에 대한 두려움마저 느끼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이들 질병과 다르다. 
BSE가 발병하면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잠복기는 여타 질병과 달리 10~50년 정도로 기간이 상당히 길다. 때문에 질병으로 사망하는 상당수는 자신이 BSE에 걸렸는지조차 모르고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BSE에 감염되면 치료할 방법이 없고, 발병 원인이 너무 비상식적이어서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1980년대 초 영국 축산업계는 우유 생산량 증대를 위해 육골분 사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육골분 사료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부위(뼈, 머리, 꼬리 등)를 갈아서 만든 사료다. 가축사육업자들이 사육과정에서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족의 육골분을 섭취하게 함으로써 원인을 제공했다. 
이 육골분 사료는 영국 말고도 해외로 수출됐고, 미국에서는 육골분 사료 제조에 로드킬 당한 동물도 주어다가 쓰는 사례도 있었다. BSE는 인간이 자연순리를 역행함으로써 발생시킨 인재라고도 할 수 있다. 
BSE의 사례는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은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는 등 미쳐 날뛰는 공포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BSE가 국내에 다시 소환된 이유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정부가 나서서 국민에게 해명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2008년의 촛불시위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구실로 삼기 위해 실제의 위험보다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것이다. 그것을 ‘괴담’이라고 했다. 
이 ‘괴담론’은 당시 MB정부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실권을 쥐면서 더욱 강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당시의 굴욕(?)을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같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일본을 대신해서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정부는, 2008년의 그 뜨거웠던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를, 야당이나 시민단체들의 괴담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고 싶어한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우리 정부의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 정부인지 아니면 일본 정부인지 헛갈릴 정도다. 일본 정부가 나서서 안전성을 설명해야 하고, 우리 정부가 안전성을 입증하라고 요구해야 할 판에 국민 대다수가 반대 입장을 내세우는 이 상황을 괴담 수준으로 폄훼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부와 여당은 태평양 인근의 다른 나라들은 아무 반대도 하지 않는데 우리 국민들만 ‘설친다’고 오히려 야단이다. 국내 수산업자들이나 심지어 제주 해녀들의 반대를 괴담에 의한 것이라고 덮어버리려고 한다. 설명이 아니라 겁박 수준이다. 
정말 그럴까? 지금 일본 현지에서는 안전성을 보장한다는 자국 정부의 자국 내 해명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인근 어민들뿐만 아니라 홋카이도 어업협동조합연합회까지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은 오염수 방류를 묵인한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여당은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꿔 부르자는 의견 제시는 물론 ‘한국만 유독 난리’라는 막말까지 아주 가관이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서 다시 소환된 광우병 파동을 살펴보면 국민의 안전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어떤지를 확연히 보여준다. 
아무 설명도 없이 “일본과 잘 지내야 한다”는 대통령의 개인의 결기로 시작된 오염수 처리 문제를 놓고 보면, 더 잘 지내야 하는 미국과의 광우병 문제는 어떻게 처리될까 걱정이다. 
지난달 미국의 입김이 강한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BSE에 관한 규약을 개정했다. 이번 규약 개정으로 미국이 현재는 불가능한 30개월령 이상의 소에 대한 수입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의 움직임이 없지만 만약 추후에 수입 검역 변경에 대한 요구가 이어질 경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효과적으로 잘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면 믿음이 가질 않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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