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 땐 나몰라라
오를 땐 외국산 대체
정책수립 할 땐
제발 생각 좀 하고 하길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5월 들어 kg당 5000원대를 넘어서자, 정부는 또 다시 소비자 물가안정이라는 이유로 하반기 돼지고기 4만5000톤을 할당관세로 들여오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제24차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에 대해 전국의 양돈농가들은 “국내 축산업의 생산기반을 무너뜨리고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정책”이라며 강력하게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같은 날 26일 발표된 통계청의 ‘2022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2년 축종별 마리당 소득은 육계를 제외하고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이는 사료비 증가 등 생산비용이 늘어난 반면 축산물 가격은 오히려 하락한 것에서 기인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생산비 저감대책을 통한 축산농가 부담완화 조치’를 다각적으로 추진해  농가 경영안정을 적극 도모하고 있음을 홍보했다.
농가 사료구매자금지원 규모를 2021년 3550억원에서 1조 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1.8%의 금리를 1%로 인하하는 동시에 상환기간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조사료 할당관세 물량을 평년 대비 50만톤을 증량 총 130만톤으로 확대하면서 조사료 가격 급등을 방지했다고 밝혔다. 
또 추석 기간 등 성수기에 도축수수료를 한우 23억원, 돼지 120억원 집중 지원하는 등 농가 생산비 부담 완화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2023년 한우의 경우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폭락이 우려되면서 ‘한우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하고 대규모 할인행사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가격이 경영비 수준 이상으로 회복됐다고 덧붙였다. 
비육돈과 관련해서는 사료비와 가축비용 상승에 따라 사육비가 마리당 15.3% 증가한 데다, 거리두기 해제 후 외식수요 증가로 2022년 4~6월 잠시 가격이 상승했으나, 생산비 상승폭이 더 커 마리당 소득은 2021년보다 9.2% 하락했다고 했다. 
소비자가 시중에서 구입하는 돼지고기는, 농가가 7만4000원에 새끼돼지를 입식해, 사료비 등을 포함한 각종 비용 30만 1000원을 투입해 총 45만원에 판매하는 구조다. 
지난 4월 한돈미래연구소는 1분기 한돈농가 경영 손실액은 마리당 7만원 적자로 전체 농가 손실액 규모는 3450억원이라고 밝혔다. 
올해 1분기 돼지고기 평균 가격은 4596원으로, 사료비, 마리당출하마리수, 자급률 76%를 기준으로 할 때 1분기 생산비는, 통계청의 분석과 달리 5435원이었으며 평균 가격보다 839원이 높아 농가는 마리당 7만1000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양돈농가는 돼지를 팔수록 손해보는 꼴이다.  
그러던 돼지고기 가격은 올 5월 들어서야 kg당 5000원을 넘어서며 농가의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 비로소 생산비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평균 손실액이 줄어든 것일 뿐 농가의 수익이 흑자로 전환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때문에 이번 비상경제차관회의의 ‘할당관세 4만5000톤’에 양돈농가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농식품부와 통계청의 자료에서도 잘 나타나는 이같은 국내 양돈산업의 현재 상황을 왜곡하는 이번 조치는 정부의 축산 정책이 얼마나 뜬금없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물가안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지만 정작 물가가 오르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는 것이다. 강압적으로 물가에 관여함으로써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그것이 몰고 올 파장과 결과물을 생각해 볼 때 여전히 너무 단편적이다.
2022년 하반기, 돼지고기 5만톤 할당관세 수입정책에 반대했던 축산물 유통전문가들은 “수입 여파는 소비자 가격 하락 영향은 미미하고 양돈농가만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2011년과 2012년 이미 경험했다”면서 “당시에 외국산 돼지고기 시장만 확대됐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자급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할당관세는 반드시 ‘후폭풍’을 일으킬 것을 경고했고 돼지고기 하락 시기와 맞물리면 돼지가격 폭락으로 이어져 양돈장 경영은 최악의 상황에 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그 경고를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또 다시 할당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하반기 4만5000톤의 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은 양돈농가의 생산량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하는 산업 특성상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책 담당자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지금 돼지고기 가격이 높다고 하는 것은 계절적 요인과 함께 구제역 이동제한으로 인한 일시적 착시현상이라고 정부가 스스로 설명하고 있음에도 외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할당관세를 또 추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앞에서 농식품부가 생산비 저감대책을 통해 축산농가의 부담을 완화한다며 내놓은 정책과 할당관세 정책을 섞어놓으면 무엇이 농가를 위한 것인지, 정부가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국민 먹거리를 우습게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 것인지, 자신들이 자신들의 입으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녹음해서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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