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대한민국 농축산업은 외국산과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외국산 농축산물은 저렴한 가격 경쟁력이란 막강한 무기를 갖추고, 우리의 영토(축산물 시장)를 끊임없이 위협한다. 이에 대한 올바른 대응책은 우리 정부가 관세를 인상해 외국산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면서, 장기적으로는 육성 정책을 통해 농축산물의 국내 생산 기반을 한층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할당관세 연장을 통해 정부가 나서서 외국산의 가격 경쟁력을 한층 높여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이러한 수입 정책은 생산비 급등과 농축산물 가격 하락으로 위기 속에 놓인 국내 농업인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파산 위기에 처한 양돈장이 생겨나는 심각한 상황에도 정부는, 돼지고기 할당관세를 통해 외국산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산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돈산업을 철저히 외면한 행태다. 정부가 물가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다수의 농업인을 궁지로 몰고 있는 형국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축산농가를 보호하고 국민에게 안전한 국산 축산물을 공급하며, 외국산 축산물로부터 우리의 영토(국내 시장)를 지키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관세를 인상해 국내 축산물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둘째, 국내 축산물의 생산 기반을 확고히 하며 셋째, 국민에게 국내 축산물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농축산물 시장 안정을 위해 오랜 시간 강조됐던 사항이다. 그러나 정부는 설상가상으로 할당관세를 연장해 외국산 돼지고기에 부과하던 관세를 없앴다.
이러한 수입 만능주의 행태는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양파와 마늘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달에 양파생산자협회·마늘생산자협회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양파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계획을 비판하며 생산비 보장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했다. 이날 집회에는 양파·마늘 생산농가 1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정부는 양파 수확기에 양파를 수입하고, 급기야 TRQ 수입 물량을 2만톤이나 증량하는 개정안을 바쁜 양파 수확 철에 입법예고를 했다”고 지적했다. 양파·마늘 생산자단체는 정부가 농업인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해당 지역 시·군 국회의원 사무실에 양파와 마늘을 야적하고 농번기가 끝나는 7월 초 상경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돼지고기는 물론 양파와 마늘을 포함해 어떠한 농축산물도 생산 기반이 한번 무너지면 이를 회복하는데 더 큰 희생과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반드시 국내 생산 기반 확대 정책을 폄으로써, 관련 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초를 확립해야 한다. 
식량주권 실현을 위해 수입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우리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은 외국산 농축산물과 맞서, 총성 없는 전쟁터에 있음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전쟁터에 있는 이들의 사기를 꺾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이 누구에게도 위협받지 않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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