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에 집중호우까지 겹쳐
생산량, 전년 절반 이하로
아까시나무 꽃대 꿀 없어

 

냉해 피해를 입은 아까시꽃 모습.
냉해 피해를 입은 아까시꽃 모습.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올해 아까시꿀 생산량이 비상이다. 
지난해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흉작’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5월 한창 채밀할 시기, 대표 밀원수인 아까시나무 꽃대에 꿀이 제대로 맺히지 않아 양봉농가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꿀 생산량이 저조한 원인은 이상기후로 인한 아까시꽃 냉해 피해로 분석되는 가운데 5월 초 연휴기간 동안 중남부 지역에 집중된 폭우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양봉농가들은 남부지역에서 전혀 채밀하지 못했고, 이동한 중부지역에서조차 꿀 생산량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양봉농가는 “이렇게 꿀 생산량이 밑바닥인 경우는 지난 2020년 대흉작 이후 처음”이라며 “이제 남은 것은 북부지역에서의 채밀량뿐인데, 이마저도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꿀벌 소멸 피해를 회복하지도 못했는데 꿀 생산량도 절망적”이라며 “양봉농가들은 벼랑 끝에서 서 있다.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양봉농협 관계자는 “올해 꿀 생산량이 평작이라는 조합원들은 아직까지 들은바 없을 정도로 채밀이 안 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수매현황을 보면 아까시꿀 생산량은 최대로 잡아도 지난해에 비해 3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실시한 민관합동조사에서도 중남부 지역 꿀 생산량은 지난해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판문점 일대 북부지역은 꿀 생산량이 평년 수준으로 채밀된 것으로 조사됐지만, 동일 지역이라도 꿀 생산량 편차가 있고, 예측 불가한 기상을 감안하면 북부지역 꿀 생산량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양봉업계의 중론이다.

 


 

 

[현장인터뷰] 박기수 양봉농가

 

“북부 지역은 겨우 버틸 뿐”

 

 

일교차 심해 벌 면역력 약화

이상기후 대비책 마련 시급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박기수씨(55세)는 경기도 파주에서 20년째 고정양봉을 하고 있다.

꿀벌 120군을 사육하며 전량 소매하고 있는 그의 판매 전략은 DMZ 특산품이다. 

이미 세계양봉대회에서 유명세를 떨치며 ‘평화의 꿀’이라고도 알려졌다. 

특히 아까시꿀만 고집하지 않고 신나무꿀을 채밀하면서 안정적인 소득을 이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아까시꿀에 익숙한 구매자들이 “색깔이 다르다”며 타박했지만 이제는 신나무꿀의 독특한 향과 색깔을 보고 꾸준히 판매되는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박기수씨의 올해 작황은 지난해와 비슷한 평작이다. 북부지역은 바람이 강하게 불지만 중남부 지역보다 비가 덜 오면서 천연꿀 13드럼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평년과는 다른 기후와 밤낮으로 변하는 급격한 온도차에 꿀벌들의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기수씨는 “양봉은 5월 초 기후가 꿀 생산량을 좌우하는데, 추위와 폭우로 중남부 지역이 회복불가의 상태라고 들었다”며 “꿀벌 소멸로 개체수도 부족한데 기후까지 도와주지 않으니 올해는 참 힘든 한해”라고 말했다. 

이어 “꿀벌을 건강하게 키우고, 철저하게 응애를 방제해도 기후가 안 좋으면 모든 게 허사”라며 “정부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양봉농가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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