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취를 주장하려면
독창성과 창의성이
충분히 인정돼야
정보 제공하는 농가는
이런분쟁이 마뜩찮다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농협의 「NH하나로목장」앱이 아이디어 탈취 분쟁에 휘말렸다. 
4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재단법인 경청의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 중소기업’ 기자회견에서 (주)키우소의 방성보 대표는 농협의 앱이 자신의 키우소 앱의 아이디어를 탈취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방 대표는 2014년 학교 실습목장에서 일할 때 기록관리의 불편함을 느껴 기획했으며, 2020년 3월 정식으로 출시할 때까지 준비과정부터 서비스 운영까지 약 9년의 시간과 개발 운용비용에만 5억원의 자금이 투여됐다는 것이다. 
방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노력들이 농협의 아이디어 무단 탈취로 인해 수포로 돌아갈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금전적 손실이 우려 된다고 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탈취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각고의 노력과 자금을 끌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들이 특허를 받는 과정에서 비밀이 대기업으로 새어나가 대기업이 먼저 특허를 받는 경우도 있다. 
또 하청업체나 협력업체들이 경영 효율과 신기술을 발명해 경쟁력을 강화하더라도 해당 전문부서의 요직에 있는 직원을 빼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한 기술 탈취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법과 제도가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NH하나로목장 앱을 둘러싼 아이디어 탈취 논쟁은 과연 서로 비슷한 앱을 둘러 싸고 탈취냐를 따지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다.   
탈취(奪取)란 ‘빼앗아 가짐’이란 뜻이다. 아이디어를 탈취한다는 말은 내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을 훔쳐간다는 의미다. 정신을 훔친다? 그 자체는 말이 되질 않는다. 아이디어를 도용한다고 주장할 땐, 그 아이디어가 창의적이냐가 우선이다. 
모든 아이디어가 현실화되진 않는다. 하지만 현실화된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화할 수 없는 독창성이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지적재산권이라는 법적 보호장치를 두르고 있다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에 더없이 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NH하나로목장의 경우, 방 대표의 주장처럼 키우소 앱을 훔쳐서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NH하나로목장앱이 나올 때까지 농협 축산경제는 2019년 12월부터 한우목장관리와 농협 모바일서비스 중심의 ‘농협하나로앱’, 2020년 1월 ‘한우올인원’ 2021년 11월 이 앱들을 통합해 NH하나로목장앱을 출시했다. 
방성보 대표가 2020년 7월 키우소를 출시했기 때문에 NH하나로목장이 키우소의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주장은, 농협 축산경제가 지속적으로 과정을 발표한 것과 비교해 볼 때 무리가 있다. 
협동조합은 일반 기업들과 수익구조와 경영 방식이 달라 일선 조합들을 비롯 축산농가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자금을 지원한다. 따라서 일선 축협들은 이전부터 조합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수기(手記) 방식으로 목장 관리를 비롯 혈통관리까지 제공해 왔다. 
분쟁의 요지 중 하나는 키우소 앱이 독창성을 인정받아 지적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냐다. 키우소 측은 농협의 직원이 회원농가로 위장 가입해 앱 서비스 기능과 업데이트를 모니터링해 키우소의 비밀을 훔쳐 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회원가입에 대한 양측의 주장도 엇갈리지만 회원가입만으로 영업비밀이 도용된다면 그건 비밀도 아니다. 
지적재산권에서의 영업비밀은 사실상 모든 형태의 구체적인 정보, 예컨대 제조 공식이나 데이터, 프로그램, 고안, 제조 방법, 고객 리스트 등을 포함한다. 
다만 그 정보는 그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보통의 수단으로서는 다른 사람에 의해 쉽게 얻어질 수 없는 것으로서 소유자가 비밀로서 관리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물며 키우소가 제공하는 정보의 기본 데이터는 지역축협에서 생산하는 정보다. 지역축협은 조합원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송아지가 태어나면 해당 개체의 혈통 등의 주요 정보를 일괄 수집해 축산물 이력제 관리주체인 축산물품질평가원과 한국종축개량협회에 관련 정보를 등록하고 있다. 
정보가 제공되는 키우소 앱의 기본 데이터는 키우소 측의 노력에 의해 수집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일선 축협들이 제공하는 기본 데이터를 키우소 측에서 정리해 회원 가입자에게 유료로 공급하는 서비스라는 뜻이다.
키우소의 주장대로라면 카카오택시나 우티, 우버와 같은 앱은 서로 ‘아이디어 탈취’라는 법정싸움을 해야 하며, 여타 사료회사들의 자사 고객농가를 위해 개발하는 앱 역시 키우소가 아이디어 탈취라고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먼저 개발 출시했다고 주장하며 NH하나로를 아이디어 탈취로 공격하면서 ‘농협과의 상생’을 제안하는 것도 또 다른 의도가 있는 듯하다. 
키우소가 불러일으킨 분쟁에 대해 농가들의 반응은 어리둥절이다. “농가의 입장에서 편리한 앱을 사용하면 되는데, 농가에 대한 의견은 아무 소용도 없는 모양”이라고 꼬집는다. 
그리고 자신의 개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농가는 이러한 분쟁이 마뜩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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