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한우 가격이 급락하면서 정부가 3~4월 한시적으로 시도했던 ‘소 프라이즈’행사가 연중 할인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만큼 한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산업이 위중해졌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 농림축산식품부의 한우자조금 지원금은 91억원에서 무려 230억이 늘어난 322억으로 확대됐다. 늘어난 230억의 절반 이상은 유통업체 판매지원과 온라인 한우장터 등 할인행사에 쓰이게 된다. 
농식품부가 한우 가격 하락에 대한 대처 방식으로 연중 할인판매에 몰입하자 그 영향은 바로 한우자조금 사업을 직격했다. 각종 한우 온·오프라인 광고와 농가 역량 강화교육, 한우 농가의 교육 및 컨설팅 등의 예산이 모조리 감액되거나 조정됐다. 
한우 관계자들은 생산자단체를 주축으로 2018년부터 한우 수급조절을 위해 장기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줄곧 지적했지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이제사 할인판매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자금을 쏟아부어 가격을 지지하는 방식은 가장 눈에 띄는 방식이지만 문제는 이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점이다. 게다가 턱없이 부족한 농정 예산으로는 늘어난 한우 마릿수를 해결할 수도 없다.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지속된 소프라이즈 행사로 지지된 가격도 4월 들어 도매시장 kg당 거세우 기준 1만6000원 선을 겨우 지탱하고 있을 뿐이다. 평균 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은 1만5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할인판매가 길어지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하다 하다 이제는 정부가 국민들의 세금으로 한우고기를 먹으라고 한다”는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할인판매는 소비자들의 정상가격에 대한 불신감도 높인다. 연중 할인판매를 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정상가격에 저항을 느끼며, 할인판매 이후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한우농가들에게는 도움이 될까? 당장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주도 하의 가격 조정은 잘못하면 자발적인 감축이라는 자정 활동을 왜곡시키기 마련이다.
일례로 한우 가격의 급격한 하락과 맞물려 파동이 일어날 때마다 영세농가 또는 부업농가를 중심으로 이탈이 가속화되었을 뿐, 버틸 수 있는 자본을 가진 농가들은 오히려 세를 불리는 기회로 삼았다. 매년 사료 가격과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용이 급증한 주변 상황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줄어드는 농가수와 반대로 마릿수가 증가한 것이 바로 그 예다. 
가격은 시장을 정상화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고무’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어떤 이유로든 고무 공급량이 줄어드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기상 이변이 일어나거나 세계 고무 수출국에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고무 가격은 오를 것이다. 
고무를 사러 몰려드는 사람에 비해 고무는 턱없이 부족하다. ‘고무가 충분하지 않다’는 정보는 가격에 반영된다. 혹은 높아진 가격이 고무가 충분치 않다는 정보를 전달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땅이 있는 사람들은 고무나무를 심어 높은 가격에 팔면 이윤을 남길 수 있다. 누가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땅, 씨앗, 비료 등의 자원이 고무가 부족한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동원된다.”
현재의 한우 가격의 하락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농촌경제연구원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한우 농가들도 익히 예상했던 일이다. 번식에 활용되고 있는 암송아지를 비육용으로 전환함으로써 적절한 한우 공급량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음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리고 지금 그 예상이 현실화됐을 뿐이다. 
수급 조절에 책임이 있는 정부를 탓하고, 위기를 할인판매로 돌파하려는 ‘무대책’의 정책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만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정부가 빠른 대처에 실패한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는 미경산우 비육 지원사업의 농가 참여율이 저조했던 것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수 차례의 파동을 겪으면서 규모를 늘려온 많은 전기업 농가들에게는 학습된 ‘불편한 진실’이 있다. 영세농가들이 생산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내놓은 소를 아름아름 사들여 규모를 키워, 파동이 지나가고 난 후 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대책 없이 시장만 믿고 있다가 허둥지둥 정책이라고 내놓은 정부의 할인판매와 정부가 어떻게 해줄 것이라는 농가의 불감증으로는 지금 한우 가격을 지지할 수 없다. 
하물며 평균 인상률보다도 못한 농정 예산의 증가율로는 당장의 현실을 극복하기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지금 할인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정부는 한우농가를 위해 ‘이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겠지만, 그동안의 무대책의 실수를 만회할 수는 없다. 
여타의 사업에 쓰여야 할 자조금이, 정부가 거의 일방적으로 정한 사업에 투입됨으로써 당초의 목적을 포기한다면 이 대처 방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대형유통업체들 위주의 할인행사로 중소업체들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이 차별화된 행위가 과연 박수받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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