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낸 자조금은
농민의 뜻에 따라야
정부가 쌈짓돈 처럼
쓸 일이 아니다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홍문표 의원은 지난달 19일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이하 축산자조금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 골자는 축산단체들의 자조금 운용의 자율성 보장에 관한 것이다. 
대표발의한 일부 개정안을 보면 축산자조금 운용 계획에 대한 정부의 사업승인 기한을 지정해 축산단체들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닭고기의 경우 토종닭과 육계를 분리해 자조금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홍 의원은 “축산자조금이 축산업자들의 납부금을 주요재원으로 조성됨에도 불구하고 그간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승인 지연 등으로 자조금 사업의 시기적절한 운용과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 계속돼 자율성 보장이 어려워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의 자조금제도는 우루과이 라운드의 농산물 협상이 시작되면서, 시장개방에 대응한 농업의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1992년부터 시작돼, 돼지고기‧닭고기를 필두로 현재 34개 품목에 시행되고 있다. 의무자조금으로는 한우‧한돈‧낙농‧육계‧계란 등 주요 축종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는 임의 거출로 운영되고 있다. 의무자조금은 지정된 수납대행 기관을 통해 일괄납부되고 있는데, 축산은 도축‧도계장과 집유장에서 이뤄진다. 
축산자조금법에 따르면 자조금의 용도는 축산물 소비촉진 홍보, 수납기관에 대한 교육 및 정보제공, 자율적 수급안정, 유통구조 개선 및 수출 활성화사업, 소비촉진과 품질 및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한 조사와 연구, 자조금 사업에 대한 경제성 평가 등이다.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농가의 만족도는 긍정적인 평가를 보이고 있고, 특히 소비촉진 기여도와 산업발전 기여도에 관해서는 높은 평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만 놓고 보면 이번 홍문표 의원의 자조금법 일부 개정은 뜬금없어 보인다. 자조금에 ‘스스로 자기 발전을 위한다’는 자조(自助)가 부족하니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자조금은 말 그대로 축산농가들이 출하하는 마리당 일정 금액을 떼어내어 축산물의 소비촉진 등 축산업의 안정‧발전을 유지하기 위해 쓰이는 자금이다. 축산물의 완전개방에 앞서 국내 축산업이 위기에 처하자 축산농가들이 뜻을 모으고, 정부가 산업 보호를 위해 매칭 사업으로 일정 예산을 투입한 공동의 자금이다. 
축산업이 안정을 찾으면서 정부의 지원은 점차 줄어들긴 했지만 마리수의 증가 등으로 자조금 예산은 늘어났다. 아마도 문제는 농림축산 예산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조금을 곁눈질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자조금관리위원회가 정한 사업예산을 가지고 매번 이래라저래라 참견하고 예산안을 마구 손질할 리가 없다. 자조금법 제21조 운용 및 관리에 따르면 의무자조금은 관리위원회가 운용하고 관리한다. 
관리위원회는 의무자조금 운용계획안을 작성하여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정부의 일정 자금이 자조금에 합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관리위원회와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쳤다고 해도 장관이 승인하지 않으면 자조금관리위원회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따라서 관리위원회가 매년 신사업을 1분기를 넘기고서야 추진할 수 있는 비상식적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농식품부의 사업 승인 지연 때문이고, 이런 이유로 축산농가들은 농식품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자조금관리위원회를 길들이려고 한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농식품부는 1분기를 넘겨 한우, 우유, 한돈 등 자조금 사업을 지난 7일에서 17일 승인했다. 지난해에 비해 한 달 가량 빨라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비정상을 덜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같은 일들이 매년 벌어지는 것은 농식품부가 자조금을 마치 정부의 예산으로 취급하면서 자신들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쌈짓돈쯤으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됐다. 자조금 규모가 100억 대를 넘어서면서 그 돈의 성격과 상관없이 사용처를 정부의 정책자금으로 활용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위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농식품부에 올린 올 사업 예산이 소비촉진 관련 예산을 위해 줄줄이 삭감해 논란이 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예산소위원회에서 고민해 작성된 사업계획서를 별다른 설명없이 수정하라고 반송했다. 
예산안을 수립하기 위해 수 차례 위원회를 여는 동안 아무런 의견도 표명하지 않던 농식품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보고서를 내던지는 것은, 권위주의에 물든 상급자의 볼쌍스러운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니 일각에서는 정부가 자조금 승인 권한을 남용해 자신들의 대응방식과 입장차를 보이는 축산자조금과 축산관련단체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자조금에서 자조가 빠지면 그것은 자조금이 아니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 자금의 용도로 사용되면 그것은 자조금을 거출하는 농가들의 뜻과 다르다. 자조금은 농식품부의 쌈짓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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