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에 의존 하기보다
서로 돕고 협력하는
팀으로 하나돼야
공동의 목표 달성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2022~2023시즌 도드람 여자프로배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여자배구 3명의 최고 공격수 김연경의 국내 복귀로 시작부터 열기로 가득했던 이번 여자프로배구는 흥국생명이 경기하는 날이면 경기장은 만원으로 기록을 세웠다. 
김연경 선수가 한국인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파이팅 넘치는 경기에 대한 열정과 더불어 겸손한 데다, 세계 어느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팀을 이끄는 그녀의 자신감이다. 
숱하게 치러온 국제경기에서 그녀가 보여준 명승부는 한국인들에게 자부심을 갖게해 주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국내 복귀만으로 흥국생명은 하위팀에서 우승 후보로 도약했고, 그 예상대로 흥국생명은 시즌 1위로 일찌감치 결승전에 안착했다. 
하지만 이번 한국도로공사와의 결승전은 김연경 선수의 또 다른 전설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이번 여자프로배구 결승전의 결말은, 김연경 선수의 흥국생명이 시즌과 결승에서의 통합우승 실패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도로공사의 파이팅에 관전자 모두가 축하와 경의를 표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만큼 명승부였다는 말이다. 
이번 결승전에서 보여준 한국도로공사의 투혼은 아마도 여자프로배구에서는 첫손에 꼽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승률 100%의 흥국생명을 0%의 도로공사가 이겼다는 것에서도 그렇지만 한 명의 걸출한 영웅으로는 원 팀, 원 스피릿으로 뭉친 팀을 이길 수 없다는 평범한 진실을 다시금 일깨워줬다는 점에서도 많은 의미를 남긴 대회였다. 
시즌 3위를 기록했던 한국도로공사에는 국가대표 주장 박정아라는 선수가 있지만, 이전 주장이었던 김연경 선수와는 비교할 정도의 인정은 받지 못한다. 배유나 선수도 마찬가지다. 도로공사의 선수들을 보면 김연경과 같은 특출한 선수는 없었다. 
김연경의 흥국생명과 그만그만한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도로공사의 경기는 예상대로 5전3선승제에서 먼저 2승을 쉽게 따낸 흥국생명의 100% 우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끈질긴 승부는 도로공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리버스 스윕(한 경기만 지면 끝인 경기를 모두 승리해 역전하는 것) 예상률이 0%에서 매 경기 접전을 벌인 도로공사는 3번 째 경기부터 질 듯 질 듯 하면서 끝내 승리했다. 김연경이라는 걸출한 스타선수의 흥국생명에 대응한 도로공사는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한 팀으로 대항해 ‘좀비 배구’라는 용어까지 탄생시켰다. 그리고 걸출한 영웅 혼자만의 힘으로 경기에 이길 수 없다는 진실도 보여줬다. 
한 명의 보스가 지배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것이 전체 사회의 발전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사실을 톰 워삼은 저서 <기러기>에서 잘 묘사했다. 
기러기는 먹이와 따뜻한 땅을 찾아 서울과 부산 간을 왕복 40번에 달하는 무려 4만km를 비행한다. 이때 기러기는 V자 대형을 유지하면서 머나먼 여행을 시작하는데, 가장 앞은 ‘대장 기러기’가 기류의 양력을 만들어줘 동료 기러기들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 온 몸으로 바람과 마주하며 용을 써야 한다. 
이 때문에 동료 기러기들은 혼자 날 때보다 70%의 힘만 쓰면 된다. 기러기들은 먼 길을 가는 동안 쉴 새 없이 울음 소리를 내는데, 이는 울음이 아니라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겹게 날아가는 대장 기러기에게 보내는 응원의 소리라고 한다. 
그러나 리더 역할을 하는 대장 기러기는 동료 중 가장 뛰어난 기러기가 아니다. 팀으로 엮여 제일 앞에서 대장 역할을 하는 기러기가 지치고 힘들어하면 그 뒤의 기러기가 제일 앞으로 나와 리더의 역할을 바꾼다. 
이렇게 기러기 무리는 서로 순서를 바꿔 리더 역할을 하며 길을 찾아 나선다. 서로 돕는 슬기와 그 독특한 비행 기술이 없다면 기러기 무리는 매일 수 백킬로미터를 날면서 해마다 수 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그 비행에 성공하지 못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비행을 하는 동안 동료가 총에 맞거나, 아프거나, 지쳐서 대열에서 이탈하게 되면 다른 동료 기러기 두 마리도 함께 대열에서 이탈해 지친 동료가 원기를 회복해서 다시 날 때까지, 혹은 죽음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곁을 지키다 무리로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기러기는 세 가지의 덕목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첫째, 사랑의 약속을 끝까지 지킨다. 수명이 긴 기러기는 짝을 잃으면 결코 다른 짝을 찾지 않고 홀로 지낸다. 
둘째, 상하의 질서를 지키며 날아갈 때도 행렬을 맞춰 앞서가는 놈이 울면, 뒤따라 가는 놈도 화답하는 예(禮)를 지킨다. 셋째, 기러기는 왔다는 흔적을 분명히 남긴다고 한다.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의미를 주는 삶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영웅을 바라는 인간의 마음은, 어떤 의미에서 게으르고 이기적이다. 나 대신 누군가 그 일을 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보다 어떤 영웅이 나타나 어려움을 해결해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팀으로 굳게 뭉쳐야 해결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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