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사람은
지위·학력이 높거나
엄청난 부자가 아니다.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다.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은 당선자들은 어떤 의미에선 맹자의 득도다조(得道多助)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맹자는 강한 사람은 힘이 센 사람이 아니고, 지위가 높은 사람도 아니며, 엄청난 부를 축적하거나 학력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아무리 힘센 사람이라고 해도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을 이기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그 사람이 잘되기를, 쓰러지지 않기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으면 그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을 많이 얻기 위해서는 ‘인심(人心)’ 즉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소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만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평소에 남에게 베풀고 인간답게 살았기에 그가 잘 되기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여기서 도(道)는 사람의 마음이다. 득도란 산에 가서 도를 깨닫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선거에서 이기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기에 선택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주위 사람들의 응원에 따른 무한한 책임이 짐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리더의 자리, 특히 조합장의 자리는 단순히 선택받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조합원의 이익과 복지를 책임지는 일이므로 단순히 인덕(人德)만으로 그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명의 임직원과 천 명이 넘는 조합원들과 그 가족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자리이기에 더욱 그렇다. 사업을 해야 하고 직원들과 조합원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자리다. 
조합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라고 조합원들이 뽑아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을 잊으면 조합은 협동조합의 가치를 잃는다. 
많은 조합장들이 그 선택해준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조합장의 권위에 취하면서 초심을 잃는다. 그래서 몇몇 조합장들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조합장의 탁자 위에 공약을 붙여놓고 자신이 내세운 공약을 실천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한다. 
재선에 성공한 조합장들이 바로 그렇고, 무투표 당선 조합장들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어떤 조합의 경우,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추대 형식의 단일 후보자를 낸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선거 이후 조합의 분열이라는 결과물을 양산하기에 아예 그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다. 그래야 조합을 중심으로 직원들과 조합원들이 화합할 수 있으며, 그런 힘으로 외국산 축산물과의 경쟁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관의 자격은 새겨볼 만하다. 목민관이나 조합장이나 리더나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다산은 ‘스스로 직위를 구하지 마라’고 했다. 리더는 자신의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 대중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어야 하는 사람이다. 리더의 자리는 출세나 성공을 위한 자리가 아니고 봉사와 희생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자리에 취해 권력을 남용하면 투명한 경영을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직원들 역시 올바른 업무를 할 수 없게 된다. 
협동조합에 입사한 직원들은 초기엔 일반 기업과 달리 지역 내의 조합원이나 축산농가에 대한 남다른 사고방식을 갖는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마치 자신이 은행직원처럼 생각하게 된다. 
지도사업이나 유통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만이 현장에서 축산농가와 조합원들과 힘들고 고된 시간을 보내며, 창구직원 등과 달리 인사에서도 많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 노력에 대한, 가치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지 못하면 조합과 조합원 간의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따라서 리더의 다음 조건은 ‘청렴’이다. 청렴은 모든 선한 일의 근원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라고 다산은 말한다. 리더가 청렴하지 못하면 비참한 종말을 맞게 된다고 한다. 조합장에 대입하면 비참한 종말이란 선거에서 선택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 결과물은 직원과 조합원들의 삶을 망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비자는 ‘리더는 세상의 모든 지혜를 빌린다’고 했다. 자신의 머리와 지혜만을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좁은 한계를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자신을 확장해야 조직의 미래가 밝다는 것이다. 
독일의 정신과 전문의인 알프레드 에들러는 “소망은 변화의 근본이 되며 훌륭한 촉매제”라고 했다. 소망은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현실적 기대감이다. 
리더가 소망하고 직원이 소망하며 조합원들이 소망하는 것이 한결같으면 쓰러져가는 조직이라도 반드시 훌륭하게 부활한다. 리더는 바로 그런 소망을 모두의 가슴에 새겨주는 사람이다. 
축산의 주변 환경이 갈수록 어렵다. 조합원을 비롯한 축산농가들은 하루하루의 삶이 벼랑끝이다. 그럴수록 비빌언덕이 필요하고, 그 비빌언덕이 협동조합이고, 협동조합을 선두에서 이끌어갈 리더가 바로 조합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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