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눈뜨고 코 베이는 기막힌 상황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종 언론에서 꿀벌 실종 원인을 ‘기후변화’로 무게를 뒀던 게 어느새 ‘응애’로 돌아섰다.    
지난달 20일 2차 꿀벌 실종 피해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꿀벌 실종은 양봉농가의 관행적인 사양관리가 근본 원인이라는 농식품부 입장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나오고 있다. 양봉농가들이 응애 방제에 협조하면 꿀벌 실종은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한 공영방송과 인터뷰에서 “꿀벌은 지난해에 비해 8.2% 줄어든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꿀벌 실종으로 끊임없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양봉농가들의 목소리가 무색해지는 발언이다. 대중들이 꿀벌 실종 피해를 부풀린다고 오해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  
이에 호응하듯 여러 언론이 ‘꿀벌 실종 원인은 응애’, ‘꿀벌 실종은 기후변화 문제 아니다’ 등으로 보도하면서 농식품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정도면 농식품부의 일방적인 언론플레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이렇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여론을 등에 업고 꿀벌 실종은 자연재해라는 양봉농가 주장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단 심사다. 그러려면 꿀벌 실종은 실상 아무것도 아니어야 한다.
농식품부가 ‘8.2%’를 강조하는 이유다. 이해할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나온 수치인지 의문이다. 민관합동조사에 참여한 양봉협회 조사결과는 57.1%다. 또 양봉농가 응애 방제를 문제 삼고 있는데, 방제제 관리 감독은 농식품부 소관이다. 내성을 유발한 방제제와 사용한 농가들을 탓하기에 앞서 부실하게 방제제를 관리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양봉농가들과 협의해 최대한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농식품부의 약속은 헌신짝이 됐다. 불리한 점은 쏙 빼놓고, 꿀벌 실종 책임을 양봉농가에 떠넘기며 여론몰이를 하는 행태를 보면 진정성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 적어도 양봉농가를 보호·육성하는 역할을 하는 정부기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유감스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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