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도축장이 난립해서 서로의 살을 뜯고 뜯었던, 10년 전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경기도의 한 도축장 대표는 이같이 말하면서 다시 한번 살을 깎는 고통 속에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축업계는 도축장 구조조정법을 근거로 자구노력을 통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17개 도축장의 폐업을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화상태다.
지난 2015년 말 도축장 구조조정법이 종료되면서부터는 전국적으로 신규도축장 건립 움직임이 시작됐고 협동조합 패커와 기업형 패커가 거대자본을 앞세워 도축업계에 뛰어 들었다. 
최소한의 구조조정을 통해 겨우 경쟁력을 갖춰 나가려는 찰나에 오히려 대형 도축장들이 들어서면서, 기존 도축장들은 어깨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구조조정만 하고 남은 도축장들의 경영개선이 아닌 신규도축장이 세워질 자리를 마련해 준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도축장구조조정의 취지는 포화상태에 이르러 가동률 저하와 경영악화로 위생시설에 대한 재투자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도축장을 구조조정하고 이를 계기로 도축업 경영개선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를 악용해 신규도축장을 건립하는데 활용하는 등 법의 맹점을 이용한 사례들이 드러나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포화상태인 도축업계는 신규도축장 건립에 난색을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막을 길이 없으므로 사업이 시작되면 속수무책이다. 
도축장구조조정법이 살아있을 당시에는 이를 명분으로 신규 건립을 막았지만,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 
구조조정법 일몰 이후 신규로 건립됐거나 신축 또는 재투자로 시설을 업그레이드한 도축장은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범농협 도축장들이다. 
신규도축장이 개장하면, 관내 물량이 몰려들 수밖에 없다. 최신식 시설에 각종 프로모션을 제공하면서 물량 유치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물량이 제한적이다 보니 신규도축장이 자리잡으면 기존 도축장들은 물량이 빠져나가 경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상시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축업계에서는 인력 반출때문에도 날선 반응을 보인다. 신규 인력 진입 장벽이 높은 도축산업의 특성상 전문 인력들이 이동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마찰을 빚는 경우도 예사다.
특히 대형 도축장들은 자본력을 앞세워 인력 부분에도 상당 부분 투자를 하고 있어서 기존 도축장들은 물량과 인력 모두를 빼앗기는 셈이 된다. 
올해도 경북 봉화에 신규도축장 개장이 예정되어 있다. 하림은 여전히 안성시에 도축장을 포함한 종합축산물 유통센터 건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도축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도축업계는 구조조정법이 연장됐더라면 이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경영 압박 때문에 스스로 폐업을 하기 전에, 다시 구조조정법을 부활시켜 안정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도축장구조조정법은 만료됐지만, 도축장 구조조정협의회는 아직 운영중이므로 불씨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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