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권력 인지해야
직원·조합원 화합
초심 잃지 않는
4년 보내길…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말 많고 탈 많은 조합장 선거가 끝났다. 41개의 축협에서는 새로운 조합장이, 91개 조합은 재신임을, 7개 조합은 전임 조합장이 선택받아 20일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다. 
무투표 조합은 순조롭게 시작하겠지만, 치열한 선거를 치룬 조합일수록 선거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듯하다. ‘권력 잡기’에는 부모 자식도 없다는 말을 우리는 지금껏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봐오면서 만고의 진리처럼 알고 있다. 
조합장 한 자리를 놓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편을 갈라 싸운 기간의 길이와 상관없이 패배자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한 선거 관련 소송은 4년 내내 조합을 흔들어놓게 될 것이다. 결국 조합원 모두의 피해로 돌아가겠지만, 이러한 관심은 그들에겐 소용없는 일이다. 
표의 차이가 적을수록 더 아쉽겠지만, 그래서 더욱 승복하기 어렵겠지만 깨끗이 승복해야 하는 것이 전체를 위한 행동이다. 그것이 조합장에 도전하게 된 마음일테니까. 모든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제일의 공약이 바로 ‘일류 조합’이었을테니까 말이다. 
승복하지 못하고 소송전을 벌이는 후보들 중 대부분은 상대방의 공정하지 못한 선거운동에서 찾겠지만, 그 당사자도 그동안의 노력(정신적‧금전적)에 대한 아쉬움에서이지 않을까?
선거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편을 갈라놓는다는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흑색선전부터 표심을 얻기 위한 각종 금품살포까지, 그로 인해 선량한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본의 아니게 둘, 셋으로 쪼개져 싸우게 되고 그 앙금이 선거 후에도 남아 조합이 정상화되려면 많은 시간이 또 필요하다. 
화합(和合)이란 ‘화목하게 어울림’이란 뜻이다. 그냥 서로 다른 것들을 섞어놓는다고 해서 서로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서로 하나의 목표 또는 뜻으로 생각이 모아졌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화합의 가장 기본적 요소는 희생이요 봉사다. 조합장의 자리는 바로 그런 자리다. 주어진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 조합 내에서 인사권을 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어느 후보도 공약으로 “내가 그 자리에서 누릴 권력을 갖겠다”고 공언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선되고 그 자리에 앉게 되면 권력에 취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일개 농부에서 일약 지역의 유지로 신분이 급상승된다. 
지역의 행사에는 빠짐없이 초청되고 대우도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전까지 지역 내 업자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했던 신분은 떠받들어지는 격상의 대우를 받는다. 그러한 휘둘림에 취하게 되면 일개 농부였던 자신의 처지를 잊고 마치 구름 위에 뜬 기분이다. 
‘조합원을 위한 조합’, ‘지역 축산업을 회생시키겠다’는 처음의 공약도 퇴색되고, 각종 대출이나 경제사업의 이권에도 눈이 떠진다. 조합장이 그렇게 되면 조합의 직원들 역시 업무에 별무관심이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가고 결국엔 누구도 조합을 ‘비빌 언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협동조합 무용론 또는 혁신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조합장 한 명이 바뀐다고 조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조직의 리더가 바뀐다는 것은 조직의 나아갈 방향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일선조합의 조합장 한 사람이 바뀌어서 조합이 천지개벽의 변화를 겪는 것을 우리는 수도 없이 봐왔다. 전국의 조합을 탐방하면서 항상 묻는 질문이 있다. “왜 조합장이 되려고 했는가?”다. 그러면 대부분의 조합장들의 답은 “조합원을 위한 조합을 만들기 위해서…”거나 “협동조합의 역할을 다시 일으키고 싶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그 방법에 관해서는 더듬거릴 수밖에 없다. 그냥 “흘러오던대로 흘러간다고 협동조합이 망하겠느냐”다.
조합장들이 내세우는 투명경영이니 정도경영이니 하는 것들은 사실 ‘공약’이 아니다. 이것들은 기본이다. 이러한 기본이 내세워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기본이 충실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축산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갈수록 어렵다. 내부적으로는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로부터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그 때문에 법적 제도적 각종 규제가 지속적으로 가해진다. 고물가‧고금리로 생산비용은 크게 상승하고 있는 반면 경제 침체로 소비 심리까지 얼어붙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물가 상승을 농축산물이 떠받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외국산 축산물을 무관세로 수입하는 판국이다. 내부적으로는 정부로부터 발목이 잡힌 채, 날고 기는 외국산 축산물과 경쟁해야 하는 축산업이 작금의 현실이다. 
협동조합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진 시점이다. 농가들을 결집하고 그 결집을 토대로 농가를 대신해 조합이 외부 기업들과 경쟁함으로써 생존을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기업이든 조합이든 경영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 페달을 쉴 새 없이 밟아야 앞으로 나아가고 앞으로 나아가야 쓰러지지 않는다. 페달을 밟지 않는다고 자전거가 멈추지 않는다. 멈추는 순간 자전거는 쓰러진다.   
처음엔 누구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한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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