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환경 어려울수록
협동조합 역할 중요
조합장에 따라
조합 흥하고 망해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동시조합장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때의 선거에나 마찬가지로 조합장 선거는 농축협을 둘러싼 시대의 흐름을 바꾸거나, 시대의 흐름에 농축협 조직이 바뀌는 중요한 순간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농축협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중요하다. 조합원 1천여 명의 복리증진을 책임지는 조합장이 뭐 그리 대단하기에 선거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느냐고 툴툴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농축협만 놓고 보면 전국 1115개 조합이다. 조합원만 207만명이다. 이들 조합장들이 주무르는 예금‧대출액 등 금융자산 규모는 무려 700조 원이 넘는다. 여기에 대출 리베이트‧생산물 판매와 유통 등 각종 사업이권에 대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챙기고 행정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  
평균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 조합장은 영농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 각종 별개의 수당도 받는다. 여기에 운전기사가 딸린 승용차가 제공되고 직원 채용 등 수십에서 수백 명의 직원 인사권도 행사할 수 있다. 
때문에 조합장은 ‘농어촌의 권력자’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의 각종 행사 때마다 지역 유지의 한 명으로 초청받고 또 그만큼의 대우를 받는다. 이러한 조합장의 막중한 지위 때문에 조합장 선거 때만 되면 어떡해서든 조합장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많은 후보들이 선거를 치루기 전이나 이후 선거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조합장이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무감보다 이러한 자리 욕심을 채우기 위한 잿밥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2락(落)3당(當)’, 즉 2억을 쓰면 떨어지고 3억을 쓰면 당선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데, 그것도 옛말이다. 지금은 ‘3락4당’이거나 ‘4락5당’이라는 말이 현장에서 더 설득력 있는 말이다.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을 얻기 위해 유권자인 조합원들에게 베푸는 선물공세나 금품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에 일명 ‘위험수당’이 더 붙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제공받은 금액이나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상한액이 3000만원으로 정해졌을 뿐만 아니라 자수하면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지만 그 금액이 100만원을 초과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 속에서 이전처럼 조합원 1명당 20~30만원으로 계산되던 선거자금으로는 받는 사람도 부담스러워 그 금액이 50만원으로 올랐다고 익명의 조합원은 말한다. 그는 전문조합의 경우 유권자수가 훨씬 적어 단위가 10배나 올라간다고 귀뜸했다. 
조합장 선거에 나서는 일부 후보들은 선거운동이 극히 제한적이고 13일로 짧다 보니 선물공세나 금품제공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푸념이다. 게다가 선거 때만 되면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선거판을 휘젓는 ‘선거꾼’들의 농간과 금품선거를 부추기는 일부 조합원들의 행태다. 
이렇게 선물이나 금품에 현혹되어 조합장을 뽑게 된 조합의 미래는 뻔하다.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업자와 결탁해 조합장이 된 후 가장 먼저 사업을 확장한다고 건물을 짓고 업자에게 수익을 몰아주고 리베이트로 지출된 비용을 복구한다. 직원들의 인사권을 틀어쥐고 전횡하면서 직원들의 협동조합맨으로서의 사명감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이런 저런 이유로 조합 자산을 축내고 직원들의 수당 지급은 말할 것도 없고 예금으로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할 정도로 파산직전에 놓인다. 그 결과는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전이용대회는 물론 배당조차 할 수 없다. 
조합은 지역농축산 발전의 핵심이다. 지금처럼 영세농축산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때가 없었다. 그만큼 협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한 때다. 이들을 결집함으로써 이들에게 삶의 보람을 갖게 하는 것이 제일의 의무다. 
농협이 판매농협을 표방하는 이유도 농축산인 개별적인 노력으로는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협동조합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협동조합맨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도 조합장이 해야 할 역할이다. 
전남의 한 축협조합장은 지역 유지들의 모임에는 발도 들이지 않는다. 그는 오로지 ‘조합원 1억 수익’이라는 목표에 매진해 왔다. 그것을 위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천해 왔다. 직원들을 다그치면서 협동조합맨으로서의 역할을 일깨우고 그 결실을 함께 나누면서 직원과 조합원 모두가 매년 축제분위기다. 
또 다른 조합은 유통전문가를 조합장으로 선출하면서 그에 대한 혜택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 말만 앞세우던 판매농협이 실천되면서 농협이 부르짖던 판매농협의 실체를 똑똑히 보고 있다. 
3년 업적평가 1위를 달성한 조합도 있고, ‘하인 리더십’을 내세우며 직원들과 격의 없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율성과 독립성 그리고 협동성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 조합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 바로 무투표 당선이다. 
어떤 조합장을 뽑느냐에 따라 조합원이 어떤 대우를 받느냐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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