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대책, 언제까지
농가와 무관한
할인판매 비중둬야 하나
보다 근본적 접근이
절대 필요한 때다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후보 시절부터 밀턴 프리드먼의 신자유주의경제를 추앙하다시피 한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 정말 국정 운영을 전적으로 시장경제에 맡겼다. 하지만 그 기조는 난방비를 포함한 각종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반발을 기점으로 완전 뒤집혔다.
이번에도 역시 ‘문재인 정부 탓’이었다. 코로나 사태라는 특수한 재난 상황은 차치하고 공공요금을 올리지 않았던 전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결과적으로 작금의 사태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나름의 원인분석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는, 각 행정부처가 따라야 할 지침이 됐다. 하지만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시장 상황은 어떤가? 말 다르고 행동 다르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는 순간순간의 임기응변이 정책으로 채택되면 시장은 그 순간 혼란이다.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신뢰를 잃게 되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 시스템은 있으나 마나다. 각자도생의 길을 찾느라 혼란스럽다. 시장이 혼란스러우면 약자인 서민들은 시장이 곧 지옥이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IMF 이후 가장 높은 5%대에 진입했다. 직장인들의 급여를 제외하곤 생필품을 비롯 모든 물가가 상승해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형국이다. 정부는 농축산물이 물가 상승 요인이라며 외국산 농축산물을 무관세로 수입하는 농축산인들에겐 극약처방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오르기 시작한 난방비 명세서를 받아들인 국민들은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정부 당국자는 해외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니 ‘어쩔 수 없었다’는 시장 논리(?)를 폈다가 ‘그럼 정부가 뭐하러 존재하느냐’는 반발에 뒤늦게 상반기 동결 결정을 내렸다. 하반기에 다시 올린다는 말이다. 
최근 한우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급락하면서 한우농가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21년 kg당 2만2667원이었던 거세우 도매가격이 2월 20일 기준 1만7768원으로 2년 만에 22% 폭락했다. 
이에 반해 배합사료 가격은 2020년 kg당 412원에서 2022년 561원으로 36%, 조사료값은 같은 기간 55%나 폭등했다. 2010년 276만 마리였던 한우 사육마릿수가 2023년 358만 마리로 역대 최대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그에 대한 대책으로 ‘소(牛)프라이즈’ 한우고기 반값 할인판매를 대형유통매장을 비롯 농축협 하나로마트를 통해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각 매장마다 소비자들이 한우고기를 구입하기 위해 문전성시다. 
한우고기를 정상적인 판매가 아닌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시장 실패가 왜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정말 이런 할인 판매가 한우농가들에게 도움이 되는걸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서삼석 의원은 지난 20일 상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우가격은 폭락한 반면 생산비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사료가격은 폭등해서 한우농가가 2중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가 국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라고 질타했다. 
그는 가격 폭락의 원인을 “역대 최대로 늘어나고 있는 한우 사육마릿수를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미 설정되어 있는 적정 사육마릿수조차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날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2019년부터 자율적 수급조절을 독려했지만 가격 호조에 따라 농가 사육 규모가 증가해 가격이 하락했다”고 답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농가들에게 사육마릿수가 많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했는데, 농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듣는 둥 마는 둥 했기 때문에 자업자득이라는 것이다. 가격 하락이 어쩔 수 없었다는 행태는 왠지 어디선가 듣고 보던 기시감이다. 
한우수급관리대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대적인 한우고기 할인판매행사를 지켜보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전국 농축협 하나로마트 매장을 제외하고 일반 대형유통매장인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서원유통‧메가마트 등에서 대대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형유통업체나 소비자에게는 마냥 즐거운 일이다. 
대형유통업체들의 경우, 이전에도 그래왔던 것처럼 농축산물은 ‘미끼상품’으로 좋은 것들이다. 선심 쓰듯, 말 그대로 사은행사로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소비자들은 평소 구입하기 어려운 한우고기를 돼지고기값으로 살 수 있으니 행사 때마다 구름처럼 몰려든다. 
이번 대대적 할인 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길게 선 줄, 그들 대다수는 한우고기만 사가는 것이 아니다. 한우고기를 사러 오는 길에 다른 상품도 하나 쯤은 덤으로 사간다. 게다가 할인하면서 평소 가격과의 차액을 어느 정도 자조금에서 보충해주니 꿩먹고 알먹기다. 
하지만 한우농가의 입장에서는 날개 돋힌 듯 팔린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가격 지지’라고 하지만 그 가격은 평소의 가격이 아니다. 할인 행사에 쓰이는 비용도 많은 액수가 농가가 지불하는 자조금이다. 수급실패를 농가가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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