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생산된 곡물
국내 유입 쉽지도 않아
식량안보 지키려면
디테일한 대책 필요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2027년까지 식량자급률을 55.5%로 높인다는 발표에 농업계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하드웨어가 정해졌는데, 소프트웨어가 장착되지 않았으니 아마도 실행력에 의문을 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아니면 이전 정부가 매년 목표한 식량자급률을 달성하지 못하고 허언(虛言)에 끝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에서 생긴 학습효과인지도 모른다. 왜 달성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으니 그 다음해의 목표도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국내산 먹거리보다 해외에서 수입해서 먹는 편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고 먹거리를 쉽게 생각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가격이 오를 때마다 이참에 수입하자는 안일함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2022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6월 상반기까지 수급조절 목적으로 구매한 후 폐기된 농산물이 무려 5만5248톤에 달했다. 
품목별로 양파, 배추, 무, 마늘 등 4개 품목의 폐기량만 무려 5만4254톤이다. 여기에 2021년 고병원성 AI의 확산으로 산란계가 대량 살처분되자, 계란 가격안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긴급 수입한 신선란 2332만개가 폐기됐고, 수입비용을 제외하고 폐기비용만 4억 6800만원이 소요됐다. 
문제는 수급조절과 가격안정 목적으로 농축산물을 사들였지만 수급조절에는 실패하고, 예산만 낭비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에는 또 축산물 가격이 물가 상승을 유인하는 요소라며 무관세 수입을 추진했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물가를 안정시키기는 고사하고 시장을 교란하고, 목표(?)한 대로 국내산 축산물 가격의 폭락을 견인하자 이번에는 축산농가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GS&J인스티튜트가 2022년 6월 <시선집중 :식량안보, 솔직한 논의와 진정한 대책>에서 이미 지적했듯 지금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식량안보를 위한 자급률 수치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농지면적이 87평으로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가장 적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집약도와 토지생산성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주곡인 쌀과 소비자가 원하는 채소, 과일을 생산하면서 곡물을 추가로 생산해 식량안보에 실질적 효과를 나타내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해외 농업개발과 곡물 유통사업은 현실적 제약과 한계도 크지만 성공하더라도 위기 시에 국내 반입을 보장하기 어려워 식량안보 대안이 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식량안보가 국민의 밥상을 지키는 것이라면, 우선 작황 및 가격의 변동성으로 농업은 경영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고, 그 위험을 완충해 영리적 동기로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이 생산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이러한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주요 곡물의 국내 생산 및 비축을 확대하는 동시에 해외 곡물 공급망을 확충한다며, 현재 61만톤에 불과한 국내 기업을 통한 곡물 수입을 올해 70만톤으로 늘리고 2027년 300만톤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막연한 수치를 제시한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식품 가격이 오르고, 연쇄적으로 외식 가격도 상승하면서 전체 물가가 오르게 된다. 이것을 애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농산물인 밀 가격이 오르면 밀가루 가격이 오르고, 밀가루가 과자‧라면‧국수 등의 식품 가격의 상승을 촉발시켜 전체 물가가 상승한다. 2008년 애그플레이션이 심각하게 나타나자, 그해 5월 한국의 소비자 물가는 전년대비 5.5% 상승했다. 곡물과 식품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더 많이 올랐다. 지금 현재 5.1%의 물가상승과 대동소이하다. 
이때를 회고하며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수입구조 개선, 농업 생산성 제고를 통한 식량자급률 향상 등을 통해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공동 구매 및 직접 구매 확대와 해외 농장 개발로 수입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국제 곡물메이저를 육성해 글로벌 메이저의 과점화에 대응하고, 가격 변동 리스크를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 중소 곡물 수입 회사의 합종연횡을 유도하고 아시아 내 중소 곡물 수입회사의 인수합병을 유도하는 등 규모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빗대어 지금 농식품부가 해외 곡물 공급망을 확충한다는 계획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 정책에 불과하다. 정부의 방침대로 한국의 종합상사가 해외에서 구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방식은 불충분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생산‧유통‧판매를 총괄하는 국외 거래를 확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시 GS&J인스티튜트 보고서로 돌아가면 지금 대한민국 식량안보를 지키려면 수치상의 계획 제시가 아니라 고령화된 농촌현실과 해외 농업진출에 대한 정밀한 시스템 구축이 먼저라는 점을 정부가 솔직하게 인정해야 그 다음의 대책이 실효성을 갖게 된다. 말로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전 정부에서 보여줬다. 이러한 누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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