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누구에게나 춥게 느껴지고 특히 집도 절도 없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매섭게 느껴진다. 
요즘처럼 전·월세 대란이면 춥고 배고픈 서민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면 바람소리에 나뭇가지는 세차게 흔들린다. 
골짜기 사이로 바람이 불고 눈이 오면 산은 더 시리게 느껴진다. 
눈이 쌓인 산에는 적막감이 감돌고 산토끼나 꿩도 먹이를 찾아 나서지만 눈이 야속하기만 하다. 어쩌다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는 휑하니 발자국을 남기지만 이내 눈이 다시 자리를 메꿔 버린다. 
겨울 하늘은 여름 하늘보다 더 차다. 사실은 사계절 내내 하늘은 변함이 없을 텐데 왜 시리게 느껴질까. 그것은 겨울이 우리에게 주는 춥고 차가운 느낌 때문일 것이다.
봄은 온화하고 꽃들이 만발하기 때문에 우리들 마음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여름은 더운 바람이 불고 더운 기운을 내뿜기 때문에 더워 보이고, 가을은 휘영청 밝은 달이 있고 하늘이 높기 때문에 넉넉해 보인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고 춥기 때문에 모든 사물이 추워 보이며 구름도 하얗고 눈도 하얗고 천지도 하얗게 변한다. 
토속적 언어를 실처럼 뽑아서 시를 쓴 미당(未堂)서정주(徐廷柱:1915~2000년) 선생은 ‘동천(冬天)’ 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천’=1000의 옛말)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겨울 하늘에 떠있는 초승달을 고운 눈썹으로 바라본 시인의 관찰력은 참으로 세밀하다. 둥글고 하얀 달이 언제나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원(願)을 들어주리라고 생각하면서 달에게 우리는 소원을 빈다. 
달은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활동을 계속한다. 물 속에서도 달의 모습은 그대로다. 강물에 떠내려가지도 않는다. 
한겨울 눈이 펑펑 내려 온대지가 은백색 일 때 보름달은 형광등처럼 밝혀 준다. 인적이 드문 길을 걸을 때도 달은 그 밝음을 잃지 않는다. 
겨울 하늘은 새도 춥게 느껴지겠지만 새가 앉은 나뭇가지 또한 춥다. 새는 추워서 하늘을 나는 것도 힘겨울 것이다. 겨울 하늘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 
아무리 추워도 봄 앞에서는 물러나지 않을 수 없다. 사계절의 자연 순환법칙은 매우 정확하다. 
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불지 않고, 소나기는 하루 종일 내리지 않는다.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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