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붕괴 조짐에도 정부 나 몰라라

꿀벌 실종 농가 하소연에도
정부, 꿀벌응애가 주요 원인
농가 부주의·미숙한 탓 돌려
방제교육 등 미온적 대책만

“등록된 농가 대상 보상하고
종봉구입 경영자금 지원도”
모르쇠 일관하는 정부 실망
양봉농가, 생존권 보호 절규

꿀벌 실종으로 비어있는 벌통.
꿀벌 실종으로 비어있는 벌통.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전국 양봉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오는 14일 세종시 농식품부에서 생존권 사수를 위한 총력투쟁에 돌입, 정부의 꿀벌 실종 무대책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양봉인들은 “더 이상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라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잇따라 발생한 꿀벌 실종으로 양봉산업이 붕괴 조짐을 보이는데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 꿀벌 실종 피해 정도는? 
지난해 1월, 원인 모를 이유로 꿀벌 개체 수가 급감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70억 마리 정도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는데, 실상은 이보다 더 많은 90억 마리 이상 꿀벌이 사라졌다는 게 양봉업계의 중론이다. 이어 11월에 또다시 꿀벌이 사라지면서 양봉업계는 초상집 분위기다. 특히 한반도 남부 지역은 꿀벌 절반 이상이 실종됐을 뿐만 아니라 꿀벌이 전부 사라진 농가들도 속출했다.
경남의 한 양봉 농가는 “꿀벌이 눈에 띄게 줄어 벌통 열어보기 겁난다”라며 양봉 폐업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하루건너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을 겪고 있는 양봉 농가들이 늘어나면서 이젠 걷잡을 수 없게 됐다”라고 하소연했다. 
두 차례 발생한 꿀벌 실종은 올겨울 딸기 등 과수농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화분 매개용으로 사용되는 꿀벌 가격이 3배 폭등했지만, 꿀벌이 없어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꿀벌 개체수 급감이 과수를 비롯한 농작물 수분과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러 전문가가 “꿀벌 실종은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현상”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 시각이 다르다 
꿀벌 실종을 대하는 양봉농가와 정부 간의 온도 차는 상당하다.
양봉농가들은 특단의 피해회복 대책을 요구하며 시급함을 호소하는 것과는 달리 정부는 미온적인 대책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단 정부는 꿀벌 실종의 주요 원인을 ‘꿀벌응애’에 무게를 두면서 방제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 양봉농가의 미숙함과 부주의를 겨냥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일부분이 아닌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꿀벌 실종을 보면 설득력은 떨어진다. 또 새로운 꿀벌응애 방제제를 보급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꿀벌 실종은 발생 중이다. 
양봉농가들은 꿀벌 실종의 배경을 ‘이상기후’로 꼽았다. 큰 일교차에 계절을 혼동한 꿀벌이 벌집을 나와 동사했고, 고온다습한 기후로 꿀벌응애 번식률이 폭증했다는 것이다. 
경기의 한 양봉농가는 “정부는 꿀벌 실종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꿀벌응애 방제를 대책이라고 내놨다”라며 “양봉농가 다 죽으면 꿀벌응애 방제와 교육이 무슨 소용이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 양봉농가들은 무엇을 원하나
양봉농가들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원하고 있다.
꿀벌 실종을 재해로 인정한 정부의 자금지원이다. 각 지자체에서 양봉기자재 구매비 등 자체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양봉농가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인 만큼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테면 등록된 양봉농가에 한해 꿀벌 실종 피해 농가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꿀벌 입식에 필요한 종봉구입을 포함한 경영자금 지원이다. 
강원의 한 양봉농가는 “지난 1년간 인내하며 꿀벌 실종 대책을 기다려왔으나 변한 건 없었고, 반복적으로 꿀벌 실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라며 “꿀벌 실종이 심각한 걸 알면서도 이러는 정부도 문제지만 모르고 있다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에 실망한 양봉농가의 몸부림”이라며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양봉농가 살리기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에 양봉협회 관계자는 “전국의 양봉농가들이 원하는 것은 피해 복구를 위한 정부의 자금지원”이라며 “양봉농가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수용할 때까지 함께하겠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